원래 진짜 한 해의 시작은 1월이 아니라 3월이랬다…
1월은 연말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채로 약간 어수선하게, 2월은 무언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보다는 시작을 그려보는, 약간은 어중간한 달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고, 특히 올해의 1월과 2월이 더욱 그러했다. 벌써 한 해가 이렇게 갔느냐는 허망함과 더불어 언제 이렇게 나이가 먹었나 생각하며 밀려드는 약간의 서러움과 함께 두 달을 보냈다. 무언가를 시작할 엄두가 크게 나지 않았고, 뭐 이런저런 핑계들이 있긴 하지만 사실 심리적인 것과 더불어 가장 큰 핑곗거리는 날씨다. 나가서 무언가를 하기는 너무 추웠다! 이번 겨울이 생각보다 크게 춥지 않긴 했지만, 원래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에 내 동선을 가장 제한하는 편이니까. 그래서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 누워 이불을 덮고서는 3월에 뭘 할지 머릿속으로 열심히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그 결과가 바로 아래와 같다.
우선, 운동을 다시 해야겠다.
원래는 기존에 하던 필라테스 말고 여러 가지 운동에 찍먹 해보면서 그나마 재밌는 운동을 선택해 볼까 했는데, 만사가 다 귀찮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필라테스만큼 가성비 좋으면서 지금 시점의 내게 딱 필요한 운동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필라테스를 안 하니 확실히 몸이 찌뿌둥하다는 생각도 들고, 약간 평발인 내가 그래도 체형의 균형을 생각하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은 필라테스가 딱인 것 같다. 요가는 좀 자신이 없고… 어떤 운동이 있는지 아직까지 기웃거리고는 있다.
일본어도 다시 공부해야지. 그 일환으로 일본 드라마도 다시 챙겨보고 있다. 텍스트로 하는 공부에는 참 게을러서 배우는 속도가 빨리 나지 않는 건 아는데… 엉덩이 붙이고 책상에 앉기까지의 그 과정이 내게는 왜 이리도 어려울까?… 특히나 요새는 일본분들과 미팅할 일이 많아서 일본어 공부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고 있는데 말이다. 다행히도 그분들이 한국어에 매우 유창하시니… 아직 절실함은 없다.
여기까지가 원래 했었고, 그저 꾸준히 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들이다.
거창한 제목으로 글을 시작하긴 했지만 사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행위 자체는 어떨 때는 참 쉬워 보이면서도 어떨 때는 그만큼 어려워 보이는게 또 없다. 경우에 따라서 큰 용기가 필요한 것들도 있다. 눈 한번 꼭 감고 그냥 해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많은데. 시작 후에 펼쳐질 상황들이 영 예상이 안될 때는 더욱더 출발선을 지금의 내 발치에서 멀리 두고 싶어진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아직 해보지 않아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꽤 있다. 영화 모임 (혹은 드라마 모임!!)도 해보고 싶고 (참여하든, 내가 열어보든), 필라테스가 아닌 다른 운동에도 도전해보고 싶고, 편안한 관계를 추구하는 성향에 기존에 교류해 왔던 사람들만 만나는 편이라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싶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늘 생각만 하지만 회사가 끝나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집에 가기 바쁜데, 주변을 보면 그래도 이래저래 삶의 활력을 찾아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고 있더라. 나야말로 소극적이었다,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3월은 안 해봤던 것들을 조금 시도해 보려고 일단 생각(!!)을 하고 있다. 생각이 생각으로만 그쳐서는 안 될 텐데…. 하고 또다시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