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야 May 31. 2023

큰 병원의 당뇨 교육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Big 5 병원 방문기 (下)]

'영양교육실이 어디에 있지...?'

'지하 1층으로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다시 왼쪽으로...'

'아니... 여기가 아니잖아!'

별관으로 가야 하는데 신관 지하에서 맴돌고 있었다.


'얼마 전,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길을 잃고 멍하니 서있 그 상황이랑 비슷하잖아!'


'본관, 신관, 별관 1,2... 병원이 진짜 넓네!'

'휴... 다 왔어. 조금만 더 힘내자!'

마침내 하얀 유리 너머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영양교육실 앞에 도착했다.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쏘야요."

"김쏘야님, 오늘 영양교육 들으러 오셨죠?"

"잠시만 여기 소파에 앉아계세요."


주위를 둘러보니 음식 모형과 열량이 적혀있었다.

음식 모형을 보니 갑자기 드는 생각!

'이번에도 이것도 먹지 마라 저것도 먹지 라 하면 도망가버릴 거야.'


"김쏘야님!"

"평소에 밥은 얼마나 드세요?"

"한 숟가락이요..."

"왜 그것밖에 안 드세요?"

"그럼 과일이나 다른 음식들은 좀 드세요?"

"아니요. 혈당 올라가는 게 무서워서 안 먹는데요."


"음... 김쏘야님, 평생 안 드시고 살 수 있을까요?"

"잘 드시고 인슐린 주사도 잘 맞으시고,

운동도 하고 그러셔야 살도 찌고 하죠."


"1형 당뇨는 밥 한 숟가락을 먹어도 밥 한 공기를

먹어도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건 똑같아요! "


"무조건 탄수화물을 제한해서 음식을 안 먹는 게

아니라 제대로 알고 먹는 게 중요해요."


"그럼, 저 돈가스 먹어도 돼요?"

"라면은요..?"

"치킨, 햄버거, 피자 이런 것 먹어도 돼요?"

"그럼요! 1형 당뇨는 오히려 식이를 제한해서 문제가 돼요."

"적당히 먹고, 인슐린 주사를 잘 맞으면 되죠."

"당뇨가 있다고 해서 못 먹는 음식은 없어요. "

"진짜요?"


연륜이 있어 보이는 영양사님 입에서 먹어도 돼요라는 말이 나오니 신뢰감이 더욱 상승했다.


"김쏘야님 키랑 체중, 활동량 종합해 보면

하루에 1600kcal는 드셔야 돼요."

"식품 교환표 보는 방법 설명해 드릴게요."

"곡류군, 어육류군, 채소군, 지방 군, 우유군, 과일군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여기 보시면 이렇게 같은 식품군에 있는 음식은

서로 바꿔 먹을 수 있어요."

"이것을 교환 단위라고 불러요."


"선생님... 잘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워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김쏘야, 다음에 오실 때는 일주일치 식단표

작성해서 오세요!"


'햇반 1개가 210g , 1/3이면 70g...'

'시리얼 3/4컵이 30g...'

'절편 2개 50g이 같은 1 교환 단위라고...?'


'시리얼은 한 주먹도 안 되는 양

 탄수화물이 이렇게나 많이 들어있...?'


영양교육실에서 받아 온 품교환표를 보면서

당뇨교육실로 향했다.


똑똑...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김쏘야님이시죠?"

"영양교육 잘 받고 오셨어요?"


'우와... 사방이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네!'

'저게 다 당뇨에 관한 책인가...?'


벽면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가득 채워진 책 보니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여기는 영양사 선생님도 당뇨교육 간호사 선생님도 다들 연륜이 있으신 분들이네!'


"탄수화물 1g은 혈당을 약 3mg/dl 올려요."

"곡류군 1 교환 단위, 탄수화물 23g은 혈당을 60~70 정도 올리고요."

"햇반 1 공기가 210g이니까..."

"3 교환 단위면 개인차는 있지만 혈당이 210 정도 올라가요."


'하... 

영양교육도 당뇨교육도 수학 대잔치네!'

수포자는 웁니다.


"과일군 1 교환 단위, 탄수화물 12g은

혈당을 약 30~40 정도 올리고요."

"어육류군 1 교환 단위, 단백질 8g은

혈당을 10~20 정도 올려요."


"네..?

단백질도 혈당을 올린다고요?"

"탄수화물만 혈당 올리는 게 아니었어요?"

"두부도 1/5모가 어육류군 1 교환 단위니까

너무 많이 드시면 안 돼요."

"두... 두부도 혈당을 올린다고요?"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두부에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아니, 두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니..?'


"김쏘야님, 이건 대략적인 거고,

사람마다 다르니까 직접 데이터를 쌓으셔야 해요."

"이 책 보면서 열심히 공부하!"


"와..!

천 페이지가 넘는 당뇨교육 책이잖아?"


"다음에 오실 때는 혈당수첩에 혈당을 자세히

적어오시고, 인슐린 용량도 꼭 적어오세요!"


'왜 사람들이 빅파이브 병원 가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아!'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좋고...

다 좋은데...'


'거리도 너무 멀고...'

'야 할 숙제가 너무 많아..!'


'아... 한국대 병원이 그립다!'


*본문에 나온 용어 설명


식품교환표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적으로 맞춘 당뇨식단을 구성할 수 있도록 계획된 표. 영양소 구성이 비슷한 것끼리 6가지 식품군(곡류군, 어육류군, 채소군, 지방군, 우유군, 과일군)으로 류.


1 교환 단위

같은 식품군에 포함된 식품들을 자유롭게 바꾸어 먹을 때 기준을 정하기 위하여 약속한 동일한 중량. (Ex. 시리얼 1 단위(30g)와 식빵 1 단위(35g)는 서로 바꿔먹기 가능한 식품)


*참고자료 및 자료출처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99178&cid=51005&categoryId=51005


 










매거진의 이전글 24시간 소변검사와 씨펩타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