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나리>와 자영업자

by 나비

코로나 시기 2년 넘게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 본 적이 없었다.

윤여정의 오스카상 수상 소식에 오랜만에 짬을 내 영화 <미나리>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미나리>는 이민 초기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잘 그려낸 영화다. 모든 게 낯선 땅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척박하고 낯선 땅에 뿌리를 내려가는 평범한 한국 가족의 모습을 냉정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배우들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생활에 지친 엄마 아빠가 지겹도록 부부싸움을 하자 “싸우지 마세요” 종이비행기에 적어서 날리는 아이들. 할머니 같지 않은 한국 할머니 순자가 가족을 보듬는 것을 보면서 과연 ‘원더풀 미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리를 보는 내내 자영업자의 현실과 미국 초기 이민자들의 고달픈 삶이 겹쳐 보였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병아리 감별사로 살기보다는 자기 사업을 해보겠다며 가족을 이끌고 도시에서 시골로 떠나온 제이콥. 그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농장을 만들겠다는 희망으로 지하수를 파는 장면, 그리고 물이 부족해 수확이 임박한 농작물이 타들어 가는 장면에서 마음이 아렸다. 그 절망적인 장면에서 해도 해도 안 되는 자영업자들의 고달픈 현실이 겹쳐 보여 가슴이 아팠다.


아침부터 밤까지 죽어라 일해도 노예처럼 건물주 월세만 벌어주고 세금 내고 직원 인건비 대느라 자기 인건비도 못 가져가는 자영업자들의 가슴은 가뭄에 타들어 가는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진다. 안 그래도 겨우 버티고 있는데 울분이 가득한 자영업자들의 속을 후벼 파는 무례한 손님들이 한둘이 아니다. 바쁜 시간에 쩔쩔매는데 고기를 구워달라는 손님, 반말하는 손님, 셀프코너가 있다고 안내했는데도 젓가락으로 탁탁 치며 반찬 더 가져오라며 지시하는 손님은 약과다.


자신이 목사라며 내일 와서 음식값을 갚겠다고 음식값을 떼먹고 달아난 손님, 음식에 이물질이 나왔다고 구청에 신고해 불시에 위생 점검을 받게 만든 손님도 있었다. 요구하는 데로 안 해줬다고 네이버 영수증 리뷰에 심한 장문의 악플을 올려 가게에 피해를 주는 손님도 있다. 유리컵이 깨졌다고 그릇에 이빨이 나갔다고, 이거 얼마나 한다고 그릇 안 바꾸냐고, 블로그에 올리면 식당 문 닫을 거라는 무례한 고객을 상대하다 보면 극한의 감정노동이 고문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민자들을 견디게 해준 건 바로 미나리 같은 질긴 한국인의 생명력, 가족을 먹여 살리고자 하는 뜨거운 가족애였다. 불경기로 인한 매출 한파로 지친 자영업자들을 버티게 해줄 <원더풀 미나리>의 존재가 절실할 따름이다.<부산 남구 신문 발표 칼럼- 김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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