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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y 25. 2021

바다, 오름, 못

16구간 (4.11)

고내포구에서 해변으로 길을 따라 걸으면 뒤로는 고내포구와 가스공사가 설치한 천연가스 저장 탱크가 보이고 앞으로는 구엄포구가 보인다. 포장길을 따라가며 일부 구간은 해안으로 흙길을 만들어 놓아 걷기에 한결 편하다.


제주도 북서쪽 해변에 펼쳐진 바다는 넓기만 하다. 해안은 아름답지만 해변의 검은 현무암 사이사이에 버려진 쓰레기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해안길은 구엄마을에서 마무리되고 중산간 길로 들어선다. 구엄포구는 돌소금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바닷가 널찍한 바위에 소금 빌레를 만들고 그 안에 고인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 있다.


중산간 길로 들어서면 길은 구암리 마을을 지나 수산봉으로 이어진다. 물메 오름이라고도 불리는 수산봉은 오름이 아름다워 영봉이라고도 불린다.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데크 계단과 숲으로 이어지는 경사길에 숨이 가쁘다.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열리며 수평선이 시원하게 보인다. 큰 나무 사이로 잔디밭이 펼쳐지는 정상을 지나 반대쪽 길로 수산봉을 내려서면 수산저수지가 나오며 멀리 한라산도 그 위용을 드러낸다.


저수지에는 휴일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눈에 띈다. 저수지 입구에는  개의  가지로  소나무가 있다. 400 전에 심은 마을의 수호목이다. 수산리를 지나고 예원동에 이르러 마을회관  벤치에서 잠시 다리 쉼을 하였다. 예원동을 지나면 항몽유적인 토성이 나타난다. 토성을 따라가면  정돈된 항파두리 항몽유적지가 나온다.


유적지 옆에는 넓은 유채밭이 조성되어 있다. 활짝 핀 유채꽃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길게 이어지는 토성을 따라 길이 이어지며 그 곁으로는 보리밭이 펼쳐진다. 불어오는 바람에 파란 보리가 넘실거리는 모습이 싱그럽고 보기에도 좋다. 보리는 이삭이 패였고 밑동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해 곧 수확에 들어갈 듯하다.


보리밭과 토성을 지나면 마을길로 접어들고 향림사를 지난다. 향림사는 절집 같지 않고 일반 가정집처럼 보이는 수수한 건물이다. 향림사를 지나면 광령리 마을 길이다. 마을을 따라가면 광명 1 사무소에 닿는다. 이곳에서 오늘 걷기를 마무리한다. 오늘은 해안길과 중산간 길이 어우러져 지루함을 느낄  없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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