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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y 25. 2021

난대림 숲에서 심호흡하기

15구간 (4.10)

한림항에서 시작된 길은 해안을 따라가다가 수원리에서 A, B 구간으로 갈라진다. A구간은 중산간을 지나는 길이고 B구간은 해안을 따라가는 길이다. B길은 한담 해변의 카페거리를 지나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은 곳을 지나게 된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분다. 해변길보다는 중산간 길이 걷기에 더 적합할 것 같아 중산간 길로 접어들었다.


중산간 길은 어디나 비슷한 모습이다 숲이 아닌 곳은 돌담길 사이로 시멘트 포장길이 이어지고 곳곳에서 감귤 재배를 위한 비닐하우스가 있다. 밭에서 기르는 작물은 지역적으로 조금씩 바뀌는데 이번 구간은 양배추, 양파가 많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양배추는 수확하는 것보다 버려놓은 곳이 더 많다. 포장길을 따라 걷다 보니 영새샘물에 닿았다. 집을 짓기 위해 찰흙을 파낸 자리에 지하수로 물이 고여 연못이 생겼고 새들이 물을 먹으러 오는 곳이 되었다.


영새샘물을 지나고 포장길을 계속 따라가니 선운정사가 나온다. 중산간의 절치고는 꽤 규모가 큰 절이다. 큰 절집에 비해 분위기는 한산하다. 잠시 쉬어갈까 하다가 그냥 지나쳤다. 조용한 절집의 한낮 고요함을 깨기가 미안해서다. 절집을 지나니 버들못 농로라는 소로가 나온다. 버드나무가 많아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버드나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농로를 따라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와서 만나는 포장길을 따라면 간선도로다. 길가에 카페와 선물가게가 있는데 손님이 없어서인지 문은 닫혀 있다. 선물가게 앞 벤치에서 잠시 다리 쉼을 하였다. 이제 간선도로를 버리고 숲으로 들어서면 납읍 숲길이다. 포장길을 걷다가 숲길로 들어서니 흙의 부드러움이 발을 통해 전해진다.


편안함도 잠시 숲길을 지나니 다시 시멘트 포장길이 나오고 납읍초등학교가 닿는다. 난대림이 자라는 금산공원은 초등학교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금산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난대림으로 숲이 울창하여 마치 정글에 들어온 듯하다. 숲의 느낌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잠시 공원을 둘러보고 납읍 마을을 벗어나니 과오름으로 길이 이어진다. 길은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둘레길로 빠져나간다. 이어 도새기 숲길을 지나고 도로를 건너면 고내 오름이다. 높지는 않지만 고내포구를 감싸고 있는 나지막한 오름이다. 이번에도 정상으로는 오르지 않아 좋다.


걷다 보면 오름을 오르는 길이 힘이 들어 가급적이면 오름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좋다는 말이다. 힘들지만 오름에 오르면 경치로 보상받을 때도 많다. 오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니 고내포구다. 오늘 걷기를 마무리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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