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구간 (4.8)
오늘은 저지 예술정보센터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어제 이곳 예술정보센터에서 걷기를 마무리했는데 이곳은 14, 14-1 두 구간이 시작되는 곳이다. 오늘은 이곳에서 오설록 차농장까지 9.3km로 짧은 거리를 걷는다. 마을에는 몇 개의 펜션이 있다. 저지오름이 관광지가 된 탓이다.
마을을 벗어나는데 ‘혼자 걸으세요?’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중년 남자가 자전거를 끌면서 따라온다. 제주도를 자전거로 여행 중이라고 한다. 도로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지름길로 가기 위해 오솔길에서는 끌고 간다고 한다. 한동안 이어지는 오솔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주에서 살면서 작년에 자전거로 3000km를 여행했다고 한다. 함께 걷다가 아스팔트 도로가 나오니 즐거운 여행하라는 인사를 남기며 자전거를 타고 달려 나간다.
많은 곳을 여행하기에는 자전거가 걷기보다는 낫지 않을까. 두 가지 모두 외부 에너지의 도움 없이 인간의 심장과 근육만을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단순히 이동의 효율면에서 보면 자전거가 낫다. 그러나 내 눈높이에서 주변을 찬찬히 보고 느끼며 감성을 일깨우는 데는 걷기가 더 낫다고 생각하며 숲길로 들어섰다. 오늘 길은 대부분 숲으로 이어진다. 호젓한 길이다.
문도지오름 입구에 닿으니 말이 풀을 뜯고 있다. 문도지오름에는 말을 방목하는 목장이 있다. 어디나 마찬가지로 목장 입구에는 한 사람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출입구가 있다. 말이 통과할 수 없게 만든 트랩 형태의 통행로다. 문도지 오름은 완만하며 정상부는 초지로 되어 있다. 정상에서 멀리에 지나온 저지오름이 보이고 그사이에는 푸른 숲이 펼쳐진 곶자왈이 있다.
문도지오름을 내려서면 곶자왈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곳은 숲이고 자왈은 자갈이다. 제주에는 곳곳에 곶자왈이 있다. 온대와 난대 식물이 동시에 자라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숲이다. 검은 현무암 자갈과 바위가 깔린 토양에 솟아나는 샘물로 인해 많은 식물이 빼곡히 섞여 자라고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많은 사연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숲이 깊어 어려울 때마다 주민들과 반군 또는 토벌대의 근거지가 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백서향의 자생지가 있어 2월에는 백서향의 향기가 가득하다고 한다.
곶자왈을 이리저리 돌아 나오니 오늘의 마지막 지점인 오설록 녹차 농장이다. 농장 카페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며 걷기를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