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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y 27. 2021

문주란과 지미봉

21구간 (4.22)

오늘은 올레 마지막 구간을 걷는 날이다. 때로는 힘들고 지치기도 했지만 놀라운 해변 풍경과 자연 그대로 남은 숲의 고요함, 현대식 집들이 들어서기는 했지만 제주 전통의 마을길과 돌담을 둘러친 밭길을 즐기며  걷다가 이제 마지막 구간이라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 그래서 발길을 느슨하게 해 본다.


해녀박물관을 나서면 연대포구 언덕길이다. 짧은 언덕길에는 하얀 들꽃이 가득 피었다. 숨비소리길이라는 마을길을 지나 낯물밭길로 들어선다.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참았던 숨을 토하는 소리다. 아름다운 길이름이라 생각하며 낯물밭길을 걷는다. 밭에는 무우와 양파를 추수하고 새로운 작물을 심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밭길을 나서면 별방진이다. 별방진은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되었다. 환해장성의 일부로 알았는데 안내판을 보고 환해장성과는 별개로 축성된 것임을 알았다. 환해장성과는 달리 반듯한 모습이라 옛 성곽의 느낌은 나지 않는다.


별방진이 있는 하도리를 지나니 해변길이다. 문주란이 자생하는 토끼섬이 가까이 있다. 마을길을 걸으며 문주란로가 있어 웬 가수 이름하며 의아해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다. 문주란의 자생지가 제주도 토끼섬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토끼섬을 지나면 하도 방파제를 따라 해수욕장 모래밭을 지나게 되어 있는데 길안내 리본은 도로를 따라 우회하도록 되어 있다. 왜 그럴까 했는데 해수욕장 끝부분에 있는 올레 안내판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지금이 물떼새의 산란기로 해변 모래밭에 둥지를 튼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변을 피해 가도록 한 것이다.


해수욕장 뒤편 둑길을 지나 지미봉 가는 길로 들어선다. 여기서 밭길을 따라 걸으면 지미봉 입구에 닿는다. 지미봉은 제주 동쪽 해변에서 가장 잘 보이는 오름이다. 표고차가 166미터로 제주섬의 꼬리 부분에 해당되어 땅끝이라는 뜻을 가진 지미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지미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오르막 길로 온몸이 땀으로 젖을 때쯤에야 정상에 닿는다. 가쁜 숨을 고르며 바다에 고요히 떠 있는 일출봉과 우도를 바라본다. 한라산 쪽으로는 수많은 오름들이 겹쳐 신비로운 모습이다. 날씨가 흐려 뿌옇게 보이는 것이 아쉽다.


잠시 쉰 후 올라온 반대방향의 하신길로 내려선다. 올라온 길보다 경사가 더 급해 자칫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안 미끄러지려고 발끝에 신경을 쓰며 내려와 평지에 서니 종달리 마을이다. 길은 포구 방향으로 이어지다가 우측으로 꺾이면서 해변도로를 따라간다. 이제 마지막 지점에 다 왔다. 아쉬움이 더 많아진다. 일부러 걸음을 늦추면서 멀리 우도와 일출봉을 바라보며 걷는데 이내 마지막 스탬프를 찍는 간세다리가 나온다. 완주했다는 성취감보다 더 걸을 곳이 없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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