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호 May 27. 2021

설문대 할망의 품으로

2021.4.26

이제 제주 생활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마지막 날을 장식하기 위해 신비의 도로에서 차가 언덕을 올라가는 경험을 해보고 내처 영실로 올라갔다. 오전 11시 반 경 영실 입구에 도착했는데 차가 긴 줄을 이루고 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한라산 등산길 입구 주차장에서 차가 한 대 나오면 한 대씩 들여보내고 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차례가 돌아왔다. 등산길 입구까지 걸어가기에는 좀 먼 거리다. 입구 매점에서 점심 요깃거리를 사서 배낭에 넣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성판악 코스는 여름과 겨울에 올라봤는데 영실 코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실 코스로는 백록담까지 오를 수 없다. 윗세오름에서 2km 더 올라가면 백록담으로 오르는 길을 폐쇄해 놓았다. 그런데 윗세오름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이 아름다워 이 코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소나무 숲에서 시작된 등산길은 1km 정도 완만하게 오르다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등산길 옆 능선은 499개의 설문대 할망의 아들들이 굳어서 된 바위로 가득하다. 금강산의 일만 이천봉 중 일부가 드문드문 능선에 내려앉은 느낌이다.


설문대 할망은 제주도를 만든 여신으로 500명의 아들이 있었다. 아들들을 먹이려고 죽을 끓이다가 가마솥에 빠져 죽었는데 499명의 아들들이 죽을 맛있게 먹었는데 막내아들이 솥 속의 뼈가 할망의 뼈로 죽었다는 걸 알고 울며 제주도 서쪽 끝으로 가서 차귀도가 되었다. 나머지 형제들은 이곳에서 통곡하다가 돌로 굳어 499개의 장군상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경사길을 힘들게 오르면 넓은 평원이 나타나고 한라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산아래에서 볼 때 백록담이 있는 정상부의 돌출부로 아름답고 잘생긴 거대한 바위 덩어리이다. 영실코스 아니면 볼 수 없는 장관이다. 이 모습을 보는 것으로 백록담에 못 오르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제일 어린 화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