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로고송 도~! 파도 솔! 을 아는 사람은 꽤 많을 것이다. 띵똥 땡 똥~~~! 이렇게 표현하려면 좀 더 쉽게 알아들을까 했는데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그런 인텔은 PC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에 이바지해 온 반도체 회사이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소프트웨어의 절대 강자였다면 인텔은 하드웨어의 절대 강자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 인텔 CPU 이미지 > (출처 : 구글 이미지)
인텔의 프로세서 덕분에 우리는 컴퓨터의 속도 개선을 느낄 수 있었고 데스크톱에서 노트 PC로의 전환과 컴퓨터를 문서 작업용에서 동영상 재생용으로까지 발전시키는 기술력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인지 절대 강자였던 인텔이 주변의 걱정을 많이 듣고 있다. 심지어 다른 회사들에 비해서 잘 언급도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걱정해 줄 만한 회사인지 궁금해졌다.
< 반도체 기업 매출 순위 2020 > (출처 : 구글 이미지)
2020 인텔은 반도체 기업 중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이렇게 걱정을 많이 해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점차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혁신적이라던지 미래를 이끄는 회사로서의 이미지를 가지지 못하고 있을까? 매출만 많고 돈을 못 벌고 있어서일까?
< 삼성, TSCM, 인텔 실적 > (출처 : 구글 이미지)
2020년매출과 영업 이익을 보면 인텔은 매출도 매출이지만 영업이익에서도 삼성전자나 TSMC보다도 많은 돈을 벌었다. 영업 이익률로 봐도 준수한 편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누면 27% 정도로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이 든다. TSMC는 영업 이익률이 무려 42%나 되기 때문에 참고하지 말자. 이게 가능한 건지 궁금하다. 고객사에 바가지를 씌운건지 생산성이 효율화된 건지 나중에 좀 더 들여다보도록 하고 인텔에 집중하자.
인텔은 영업 이익 26조 매출 86조로 영업 이익률이 30%나 된다. 매출은 많은데 돈은 못 버는 그런 회사가 아니다. 매출도 많고 영업이익률로 많아서 탄탄한 사업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시가 총액은 TSMC, 심성전자, 엔비디아보다 떨어진다. 데스크톱 시장 점유율을 AMD에 뺏기고 있기 때문이어서 인가? 한 개 제품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매출이 1등인데 영업 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다들 걱정해주는지 인텔 입장에서 억울함이 많을 것 같다. 걱정을 해주기에 앞서 왜 그런지 사연이나 좀 알아보도록 해야겠다.
Ⅰ. 인텔의 탄생
먼저 인텔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자. 인텔은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반도체의 설계와 제조를 하는 미국 기업이다. 인텔은 1968년생으로 7월 18일이 창립 기념일이다. 올해로 52년 된 회사다. 창업자는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로 고든 무어는 화학자이고 로버트 노이스는 물리학자이자 집적 회로의 공동 발명가이다. 반도체 산업이 전자 산업이라고 생각해서 전자 전기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반도체는 물리학과 화학이 기반이 되고 전기와 전자는 그다음의 응용으로써 되는 것이다. 반도체의 기본은 물리학과 화학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 인털 1호 사원과 창업자 왼쪽부터 앤디 그로브(1호 사원), 공동 창업자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 > (출처 : 구글 이미지)
인텔의 의미는 IntegratedElectronics의 혼성어이다. Intelligence라는 영어 단어와 유사하다고 오해하지 말자. 근데 인텔 그러면 인텔리전트 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좋은 의미 아닌가 싶다.
인텔은 1971년에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인텔 4004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에 만들어진 인텔 8088에서부터 IBM PC에 장착되면서 인텔이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텔은 마이크로 프로세서 외에도 메모리 반도체도 생산하던 회사였다. 인텔의 창업자들은 메모리의 집적도를 높인다면 컴퓨터는 소형화되면서도 처리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함과 동시에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인텔은 두 가지 제품군인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메모리 반도체 모두 집중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 NEC, 도시바, 후지쯔 등의 일본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했고, 1983년부터 일본 정부를 등에 업고 가격 공세를 펼쳤다. 이것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 역사 상 최초의 치킨 게임이다.
1984년에는 3개월 동안 메모리 가격이 40%나 폭락하면서 인텔은 원가조차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1억 달러 이상 손해를 본 인텔은 회사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결국 인텔은 실적 악화로 인해 1985년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하고 1986년 메모리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였다.
Ⅱ. 인텔의 현재
인텔의 역사를 보면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모두 생산하면서 성장을 했지만 메모리 산업은 안타깝게도 일본의 공세에 밀려서 포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반도체 시장을 놓고 보면 비메모리 시장 (시스템 반도체)이 메모리보다 크고 인텔은 그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서 매출이나 영업 이익에서 메모리 시장과 비메모리 시장을 구분할 필요 없이 반도체 전체 시장에서 매출이 가장 크다. 영업이익도 30%로 훌륭한 손익이다.
준수하다고 말하기에는 이익률 30%는 대단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 중에서 애플이 영업 이익 20% 중후반 대를 내고 있고 전 세계 온라인 시장을 다 잡고 있는 아마존은 리테일이라는 한계 때문에 영업 이익률이 단자리 수 그러니까 10% 미만이다. 인텔은 이런 훌륭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인텔의 시가 총액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 반도체 시가 총액 > (출처 : 구글 이미지)
반도체 산업군에서 보게 되면 매출 1등 영업 이익 1등 (이익률이 아닌 영업 이익 금액)인데 시가 총액은 TSCM나 삼성전자보다 작다. 여기까지야 뭐 손익률이 TSMC가 좋고 삼성전자는 반도체만 하는 회사는 아니니까 성장성 측면에서라고 이해해 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엔비디아다.
< 인텔, 엔비디아, AMD 매출 비교 > (출처 : 구글 이미지)
엔비디아와 인텔의 매출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조금 민망해질 정도다. 분기별 매출을 보면 평균 인텔이 5배나 큰 기업인데 기업 가치는 엔비디아가 더 높다니 결국 인텔은 현재의 문제점이 아닌 미래에 대한 준비가 조금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그 이유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도록 하자.
< CPU 시장 점유율 변화 > (출처 구글 이미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인텔의 주력 상품이 CPU에서 시장 점유율이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 점유율은 AMD가 60%이고 인텔이 40%인데 그전까지는 인텔의 제품이 AMD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도 성능적인 측면과 사람들에게 컴퓨터 CPU - Intel Core라는 공식이 있었다. 2017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무려 86%에 달한다. AMD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었다.
AMD의 CPU은 뭔지 모르겠지만 잘 호환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사람들이 안 샀고 실제로 성능도 떨어졌다. 그렇지만 지금은 AMD의 CPU 라인업(라이젠)이 인텔의 Core i시리즈와 동일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포지셔닝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싼 게 비지떡이던 AMD가 싸면서도 좋은 이미지로 변신하면서 인텔의 주력 시장이었던 CPU 시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엔비디아 때문이다. 그런데 엔비디아의 성장과 인텔의 부진과는 관계가 없다. 엔비디아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GPU의 GeForce 시리즈의 사장이 예상과는 달리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비트 코인 채굴용으로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GPU 시장이 성장하면서 엔비디아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성장했고 이제 엔비디아는 CPU 시장과 GPU 시장을 모두 점령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미래 먹거리인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접점이 생기면서 인텔보다는 엔비디아의 성장성에 사람들이 더 주목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반도체 공정 개발에서 더 이상 선두가 아니다. 반도체는 집적도 싸움이다. 얼마나 좋은 성능의 칩을 개발하면서도 작게 만드는가가 핵심이다. 그런데 인텔은 기술적 난관에 부딪혀 반도체 제작에 수년째 10 나노 공정(1 나노는 10억 분의 1m)을 활용하고 있다. 경쟁사인 AMD는 대만의 TSMC에 의뢰해 7 나노로 CPU를 만들고, 삼성전자는 5 나노 공정까지 상용화했다.
때문에 인텔의 고객사들이 인텔의 반도체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텔 칩을 받지 않고 자체 개발을 선언했고, 아마존과 구글도 탈(脫) 인텔을 추진하고 있다.
Ⅲ. 인텔의 미래
이쯤 되니 인텔이 이러다 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첫 번째 사실이었던 매출과 영업 이익에서 1등이라는 것을 상기하도록 하자. 부자가 망해도 삼 년 가는데 아직 안 망했다. 그리고 어떤 산업군에서 일등이 힘들면 2등부터 꼴등은 더 힘들다. 달리기를 하는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달리기 힘든 상황이 되어도 원래 빨리 달리던 선수가 상위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 인텔 투자 관련 기사 제목 > (출처 : 중앙일보)
그리고 인텔은 이대로 잠자고 있지 않았다. 무려 22조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나섰다. 인텔은 200억 달러(약 22조 6000억 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신설하기로 했다. 그리고 인텔은 대만 한국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 바이든 미국 대통령 최근 발언 > (출처 : 중앙일보)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내세우는 두 가지 기조 중 반도체에 집중하겠다는 것과 미국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하자라는 정책과도 맞물리면서 현재의 인텔의 투자 선언은 시기적절해 보인다.
< 인텔 CEO 교체 21년 2월 16일 기사 > (출처 : 조선비즈)
그리고 인텔은 경영진의 교체를 단행했다. 신임 CEO인 겔싱어는 열여덟 살에 인텔 엔지니어로 입사해 30년간 근무한 인텔 맨이다. 고든 무어, 앤디 그로브, 로버트 노이스 등 ‘무어의 법칙(반도체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을 만든 인텔 창업자 3인방 아래서 일했다. 2001년 인텔 CTO(최고 기술 책임자)가 됐고, 2009년엔 수석 부사장을 지냈다. 2009년과 2019년에도 유력한 인텔 CEO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겔싱어 CEO가 취임하면서 인텔의 기존 전략이 대대적으로 수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례로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TSMC나 삼성전자에 맡기는 방안도 가능하다. 인텔이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합친 차세대 메모리 ‘옵테인’을 상용화해 경쟁자들을 따돌리는 새로운 기술 장벽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들의 공정 개발이 아닌 우수 공정을 채택하면서 매출을 유지하고 파운드리를 활용해 공정 개발을 하고자 할지 모른다.
결국 반도체의 두 축인 개발과 공정 모두 동시에 가속화시키겠다는 것이 현재의 목표로 보인다.
[ 글을 마치며 ]
인텔의 창업자인 고든 무어는 무어의 법칙(반도체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이 법칙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무어는 이 이야기를 할 때에 자신들이 반도체의 집적도 향상과 저장 용량의 확대가 인류의 발전에 원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말한 것이지 실제로 16개월 만에 개발했는데 18개월이 되는 시점에 내놓을 이유도 없고 기술이 완성도 안 되었는데 18개월이니까 일단 발표하는 것도 어리석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무어의 법칙은 미래를 내다본 혜안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소통을 통해서 발전하다. 그리고 그 소통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더 좋은 정보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다. 그렇게 모은 정보를 저장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반도체는 현대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이다. 그래서 산업의 쌀로 불리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산업의 쌀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이점이 된다. 반도체는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반도체 생산라인을 가진 기업은 그 나라의 경제를 이끄는 회사로 성장하고 육성된다. 그리고 반도체 산업은 지금까지 발전해 온 것 같은데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산업의 전통의 강자인 1등 인텔이 누군가의 걱정을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일이었을 것이다.
괜한 자극을 해서 인텔이 각성하고 '누가 누구를 걱정해!' 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다시 휘젓는 날이 오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