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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무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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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Jun 23. 2024

무제 1

탁상 위에 구겨진 티슈는 울고 있었다


흠뻑 젖은 티슈가 울고 있는지 몰랐다

마시던 컵 안의 물은 없어진 지 오래다


빈 컵을 들어마시는 행위만을 반복한다

찬 바람이 불어온다


어두운 방 안 가득 차오르는 불안은 바람이다

알지 못했다


알아보지 못했다


느껴보지 못했다


하지만 목 끝까지 가득 찬 것은 불안이다

가만하게 벽을 보았다


입에서 소리를 녹이다 뱉지 못하고 삼켜졌다

탁상 위에 빈 컵에 삼킨 것을 쏟아 내었다


컵의 바닥에서부터 울음이 넘쳐 흘렀다
 
흘러넘친 울음은 티슈를 포옹했다


티슈는 비로소 바람에 날려 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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