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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Jun 27. 2024

심경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주자학을 본래의 이념대로 자기실현을 위한 방법적 지침으로 접근하고, 동서의 철학적 자원을 ‘삶의 기술’이자 ‘지혜의 과학’으로 읽으려 시도한다. <心經>을 내놓은 뜻이다. 다섯 명의 연구자들이 <심경>을 다각도로 접근했다. ‘체제 점검과 기본 내용 해설’, ‘16세기 조선에서 심경이 가진 정치적 함축과 사상사적 의미’, ‘주자학의 본체론과 공부론에 대한 철학적 질문’, ‘‘經 수행’의 현대적 적용 가능성‘, ’ 비교철학적 관점에서 서양은 심을 어떻게 보나‘ 등을 담고 있다. 한형조의 ‘<심경>의 구성과 내용, 그리고 조선 유학의 논점’은 <심경>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이창일의 ‘경 수행과 그 현대적 적용’을 읽어 주자학에서 공경할 敬 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 비교철학 부문에서는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에 흥미를 갖기 어렵다.  


   <심경>은 13C 주자의 제자인 진덕수가 四書와 三經, 북송 유학자들과 주자의 잠명(箴銘) 가운데   <심경>은 13C 주자의 제자인 진덕수가 四書와 三經, 북송 유학자들과 주자의 잠명(箴銘) 가운데 마음의 수련에 관한 대표 구 37조 를 골라 만들었다. 여기에 15C 명대 황돈 정민정이 진덕수의 <심경>의 주석에 손대지 않고, 보충하는 방식으로 주를 덧붙여 <심경부주>를 만들었다. 이후 조선에서 퇴계가 비평적 <후론>을 덧붙여 유포시켰다. 결국 조선에서 유통된 <심경>은 <심경부주>에 퇴계의 <심경 후론>이 병기된 판본이다. 


  “<심경>은 마음이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수양해야 하는지를 적은 도학의 매뉴얼이다.”(p.12) 한형조는 삼경이 역사와 문학, 우주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사서는 사회관계에 치중하는 외면적인 성향을 띠고 있고, 비록 주자의 <근사록>이 심학에 집중했으나 이론적 체계라서 ‘훈련으로서의 심학’을 다룰 무엇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평가한다. 그 결과로 <심경>이 나온 것으로 본다. 

  순 임금과 우 임금이 주고받은 16글자인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 윤집궐중 : 人心은 위태롭고, 道心은 은미 하다. 다만 精하고 또 一하여, 삼가 그 中을 잡으라)을 心學의 기반에 둔다. 


   진덕수의 심학과 정복심의 심학도는 ‘人心과 道心을 가르고, 인심을 유의 제어하여 도심을 함양해 나가는 것을 心學의 요점으로 정의하고, 그 방법으로 지속적 敬을 제시했다.’(p. 28)  경을 중심에 두고 심학의 훈련 방법으로 ‘알인욕(遏人慾)’ 라인에 중용의 신독, 논어의 극복, 대학의  심재, 맹자의 구방심, 대학의 정심, 맹자의 부동심을 배치하였다. ‘존천리(存天理)’에는 중용의 계구(戒懼), 맹자의 조존(操存)과 심사(心思), 양심(養心)과 진심(盡心), 논어의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를 배치했다. ‘알인욕(遏人慾)’은 차단해야 하고, 존천리(存天理)는 발양에 중점을 둔다.  

 

   정복심의 ‘心學圖’를 두고 퇴계(68세)와 율곡(33세)이 벌인 논쟁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수년 전에 퇴계의 <성학십도>를 읽을 때는 심학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형조의 해설로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퇴계는 심학도를 그린 정복심(원 인종 때의 인물)의 의도를 수용하는 자세로 공부했고, 율곡은 大人心, 求放心, 心在와 心思의 위치를 놓고 퇴계를 해명을 요구하거나 비판했다. 퇴계는 심학도를 그린 정복심(원 인종 때의 인물)의 의도를 수용하는 자세로 공부했고, 율곡은 大人心, 求放心, 心在와 心思의 위치를 놓고 퇴계를 해명을 요구하거나 비판했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를 읽는 것 같은 분위기다. 21세기를 살면서 우리는 퇴계, 율곡, 고봉이 편지로 나눈 논쟁의 멋을 절대 느끼지 못하고 사는 불행한 사람이다. 조선 지식인의 품격을 당쟁이란 범주에 넣고 비난만 해선 안 될 일이다.

 "퇴계와 율곡은 사단칠정에서만 아니라 심학의 텍스트를 보는 안목과 해석의 방식에서도 매우 다른 노선을 걸었다."(p.34) 율곡의 본심은 공부를 ‘알인욕’과 ‘존천리’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단칠정론에서 理發-氣發을 인정하지 않고 氣發만 인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율곡은 퇴계와 달리 人心도 道心도 하나라고 본다.  

   정리하면 퇴계는 인간의 마음에는 인심과 도심이 있어 기원에서 인심과 도심의 갈림길을 찾는다. 理氣二元論/主理論이다. 율곡과 고봉은 인간의 마음은 하나로 본다. 인심과 도심의 갈림은 추후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理氣一元論/主氣論이다.  

  

   <심경>에 대한 퇴계의 평가 “심경을 얻은  이후에야 비로소 심학연원과 심법의 정미함을 알겠다.”, “초학이 공부하는 바탕은 이 책 보다 절실한 것이 없다.” (p.65) 이처럼 조선유학사에서 이황에 의해 <심경>이 성리학의 주요 학습서로 인정되었다. 17세기에 <심경>은 조선 학계와 정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책으로 떠 올랐고, 중반 이후에는 <심경석의>를 지은 서인 송시열과 남인의 당쟁에서 정치적 쟁점이 되었다. <심경>의 핵심은 敬으로 불교의 禪定에 대체할 만한 것이었다.(p.108) 


   권오영은 “조선 사회가 궁극적으로 富國을 이루지 못해 근대화에 실패한 이면에는 이같이 天理를 보존하고 善을 확충하기 바란 반면, 人欲을 막고 이를 멀리하는 <心經>의 理學 지향의 정치적 의도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p.112) "주자학의 본체론이 理 한 글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공부론은 敬 한 글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p.116) 

  

  무위란 ‘작위 하는 바 없음’으로 주체도 없고, 대상도 없고, 행위도 없다.  

거울은 미래에 대한 기대, 과거에 대한 집착 없이 늘 텅 비어 있어 다가오는 물들을 비출 수 있다. 거울 같은 무위, 무심, 무욕, 미발의 마음이 곧 성인의 마음이다.  


   敬 공부, 경 수행에 ‘정제 엄숙(整齊嚴肅)’이 첫 번째다.  

- 선불교의 일화 : “자네는 아직도 젊은 여인을 업고 있나? 나는 강을 건너자 업은 여인을 내려놓았는데.” 

- 도가의 일화 : 공자가 묻기를 “물에서 헤엄치는 데에도 도가 있는가?” “없다” 자신이 헤엄치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 주자의 분석 : 조금이라도 상황과 사물에 얽매이면 마음이 곧 동요하고 만다. 일이 생기기 전에 마음에 두거나, 일을 마치고 가슴속에 두는 경우, 일에 응할 때 뜻이 한 곳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사물에 얽매이고 속박당하는 것이다.  

  

   敬聽한다는 것은 진지함, 주의 깊음, 사려 깊음, 공감하고 동정하고, 타인 속으로 향하며 부드럽게 침투하는 배려의 마음으로 듣는 것 

 

    ‘주자학의 마음 훈련 매뉴얼’이란 부제가 붙은 <심경>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57쪽 분량으로 2009년 초판을 내놓았고, 나는 2012년 인쇄본을 읽었다. < 심경>의 해설서라고 봐야 한다.    카피처럼 ‘마음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수양해야 하는가’를 알려면 <심경>보다는 <다산의 마지막 공부>를 읽는 편이 나을 것이다. <심경> 본문은 분량이 원주를 합쳐도 28장뿐이라 너무 간략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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