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후 지음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올해 나이 78세, 이화여대 정신과 명예교수인 이근후님의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읽다.
사하시 게이죠가 지은 노년의 아버지가 벌인 홀로서기 투쟁기인 [아버지의 부엌]이 아내를 먼저 보낸 인생 고참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마음 찡하게 하듯이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선 내게 어떤 고전보다 재미와 가르침은 주는 에세이다. 칼 필레머의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 많은 노인의 인생 경험으로부터 우러난 보편적인 삶의 방향을 안내하듯이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개인사를 통해서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좋은 기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수필집이니 에세이니 하는 종류의 책들은 신변잡기라는 생각에서 거의 내 돈 주고 사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독서콘서트를 추진한 학교에서 행사를 마친 후 업무 담당이라고 선물로 주기에 받은 책이다. 딱딱하고 무거운 책을 읽다가 머리 식힐 겸 집어든 책인데 재미있게 읽었다.
chapter 5로 꾸며졌는데
chapter 1은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제목을 달아 두고
뭐가 그리 억울한가. 죽음의 위기를 몇 차례 넘기며 까닭은 것들. 왜 외롭다고 말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우리 가족 삼 대 열세 명이 한 지붕 아래 사는 비결. 나는 며느리에게 거절하는 법부터 가르쳤다. 당당하게 아파라. 일흔 넘어서 시작한 공부가 제일 재미있었던 까닭. 무모하게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다. 30년 만에 만난 힐러리 경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내가 ‘최선을 다하라’라는 말을 싫어하는 이유. 내 마음속에는 지금도 철들지 않은 소년이 살고 있다.라는 소제목에 따라 살아오면서 가졌던 마음 자세를 4~6쪽의 분량에 솔직하게 풀어 두었다.
chapter 2는 나이 드는 게 두렵기만 한 사람들에게. 나이 들면 약해진다는 생각부터 버려라. 자식의 인생에 절대 간섭하지 마라. 무작정 돈을 모으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젊은이를 가르치려 들지 마라. 오늘을 어제의 기분으로 살지 마라. 내가 나이 듦에 대처하는 방식. 내가 웃으면 아내도 웃고, 아내가 웃으면 나도 웃는다. 노인의 귀가 큰 까닭. 이제 그만 자신에게 너그러워져라.라는 이야기와 남에게 뒤처질까 봐 조바심 내는 당신에게라는 여러 개의 팁으로 구성돼 있다.
chapter 3은 마흔 살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로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은 틀렸다. 부모가 아이에게 남겨 줄 수 있는 최고의 재산.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다른 사람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내가 지나 온 삶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 나이 들수록 사소한 분노를 잘 다스려야 한다. 잘 쉬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마라. 더 늦기 전에 노년의 삶을 그려보라. 아직도 부모와 화해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신혼부부에게 건네는 세 가지 당부를 담아두고 있고
chapter 4에서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소제목에서 결혼한 지 50년이 지나서야 하는 부끄러운 고백. 따로 또 같이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가훈. 내가 만난 사람들이 곧 나의 인생이다. 손자 손녀를 키우며 깨달은 것들. 사람들에게 회갑 잔치를 권하는 이유. 세대 차이의 즐거움을 맘껏 누려라. 1년간은 작정하고 날마다 일기를 써 보라. 일부러 자식들에게 치매에 관한 농담을 하는 까닭.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내 삶을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chapter에서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그대에게라는 제목을 달아 두고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다. 어떤 일이든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인생을 안다고 자만하지 마라. 바쁘다는 핑계로 취미 생활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 남은 인생에서 내가 가장 잘하고 싶은 사람, 아내. 미리 유언장을 써 두면 삶이 달라진다. 내가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사지 않은 이유. 25년 동안 의료 봉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들. 쓸모없음을 아는 순간, 쓸모 있어진다. 박완서 선생의 죽음에서 얻은 교훈. 오늘을 귀하게 써야 하는 이유를 야금야금, 차선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주고 있다.
많은 경우 저자의 삶의 태도와 실천에서 나도 그래야겠다.
오십 줄에 들어선 나에게는 딱 맞는 인생 선배의 교훈이라 생각하며 내 연배라면 더 늦기 전에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이 방향을 잡는데 참고가 되리라.
표지도 이쁘게 꾸며진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김선경 님이 엮어 갤리온에서 2013년 2월에 초판 1쇄를 내놓은 것으로 본문 323쪽이다.
p.s. 2013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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