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자카파 - River
“너에게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무 살 그 언저리,
가까스로 누군가의 고백을 밀어내 놓고는 그 사람의 마음이 내게 향하는지 계속 확인하던 내게, 그 누군가가 남긴 말 한마디.
‘시간이 지나, 더 나이가 들면’이라는 말처럼
불공평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시간을 따라 그 사람의 나이를 따라잡으면
우리에게는 또 그만큼의 거리가 생기는 걸,
“그때 당신의 마음이 이랬었나요?”라고 외칠 때
오히려 그 사람은 기억도 하지 못하거나, “더 나이가 드니 그런 것들은 사실 아무 상관없더라”라고 말할 수도 있으니.
어반자카파의 River (강물) 이란 노래를 들으면,
사랑에 마침표를 찍기로 한 연인 중,
보다 어른의 위치인 자가 자청하여,
그 또는 그녀에게 위로일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는 기분이 든다.
사실 이 노래가 마음에 닿았던 것은
“꼭 당신이 아니더라도, 더 좋은 누군가라도, 흐르는 강물에 지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평생 흐르는 강물을 붙잡으며 살아갈 거예요. 이해할 수 없는 그대, 그대도 나를 이해할 순 없죠.”라는 가사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 않고 그저 믿어주면 되죠”라는 가사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러 번 듣다 보니
결국은 헤어져야만 하는 연인을 앞에 두고
‘어제도 그대 울 생각에 많이 염려했어요’라는 말이 어찌나 아프게 밟히던지.
더 많이 울게 될 거라며, 계속 만나도 우리는 그대로일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알거라 믿는다는 말이
참으로 뼈아픈 위로일 수밖에 없는 것은
정말 이별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이 없는 나의 미래를 생각하라며,
아프고도 예쁜 추억을 만들어 갈 거라며,
지금도 결국은 지나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당신이 원하는 건 내가 기쁘고 행복한 것이라고
모든 기억을 소중하고 따뜻하게 갖고 있지만,
나에겐 어떤 것도 기억해달라고 하지 않는 당신
글쎄 내 마음이 끝나지 않아서일까,
나의 미래에서 당신을 굳이 지워 넣고는
행복하길 바란다며,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라며,
아마 나는 내 마음이 끝까지 가지 않게 막았던 나를 칭찬하면서도,
그 마음을 예전처럼 계속 확인하려 들 것이고,
언젠가는 사그라들 테지.
정말로 듣고 싶은 말은, 사실 따로 없다.
좋아,
네가 참 좋아,
그냥 그런 말들만을 반복하던 시간에만 멈추고 싶었던 뿐이지,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알 거라는 말들은,
그들의 어른스럽기 자처한 충고는 효력이 없다.
그러나, 사랑이 다하고 지나고 소멸한 뒤에 애정으로 담기는 이 말에, 어떤 맘을 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