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
안녕, 오랜만이야.
무슨 말로 시작할까 몇 번 종이를 구깃거렸지만
이내 어떤 말로 시작해도 예전 같지 않음을 알고 완성된 이야기는 일기장에 적었어. 보낼 수도 없는 편지들이 일기장에 자꾸 가득 차오르다 보니, 언제쯤은 이 일기와도 작별하여야겠다 그런 마음이 드는 저녁이다.
누군가는 읽어주면 좋겠다 생각이 드는 일기 같은 글이지만, 읽고 나서 무슨 생각들을 할까?
솔직한 희도를 보면서 난 그런 생각을 해.
나나 희도나, 솔직했던 건 같았는데, 희도가 하는 말은 상처로 오질 않네. 희도가 한 발자국도 멀어지지 말라하면 이진이는 다가오네. 사랑이 듬뿍 담아있는 아이여서였을까? 왜 나의 솔직한 말들은 귀에 가 닿았어도 마음까지는 떨어지지 못하고 바스락바스락 낙엽처럼 밟혀버렸을까?
하루에 여러 번 그런 생각도 해.
어쩌다가 이런 마음 이런 생각들을 나는 차마 끄지 못하고 늘 켜 두고 다니는지, 아주 잠시만 끄는 동안 찾지 못하는 곳에 숨겨두면 좋을 텐데, 너의 생각이란 것, 어쩌지도 못해 숨기지도 못하고 시작되던 마음 같던 것, 그걸 예쁜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니 결국 착각했던 내 마음 같던 것도.
조근조근하던 목소리와 작은 억울함과 어이없음을 표현하던 웃음 같은 것도 기억했던 우리들은 이제 모두 자라나 어릴 때의 희도와 이진을 기억하겠구나.
우리도 한 때는 희도였고 이진이였으니까.
이미 모두 다 지난 이야기지만, 가끔은 생각해.
아침 찬 공기를 쐬며 버스를 기다리러 가는데, 숨차게 뛰어 오면서 앞에 큰 웃음으로 서던 사람을.
말도 못 하고 손도 못 내밀면서도 차도에서 먼 곳으로 나를 걷게 하던 사람을.
새벽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길 읊조리다 멀어지지 말라고 하면 붙들어 주던 사람을.
가끔은 나도 생각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끝나버렸는지 또한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