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담 Mar 28. 2022

오랜만이야

스물다섯 스물하나

안녕, 오랜만이야.


무슨 말로 시작할까 몇 번 종이를 구깃거렸지만

이내 어떤 말로 시작해도 예전 같지 않음을 알고 완성된 이야기는 일기장에 적었어. 보낼 수도 없는 편지들이 일기장에 자꾸 가득 차오르다 보니, 언제쯤은 이 일기와도 작별하여야겠다 그런 마음이 드는 저녁이다.


누군가는 읽어주면 좋겠다 생각이 드는 일기 같은 글이지만, 읽고 나서 무슨 생각들을 할까?


솔직한 희도를 보면서 난 그런 생각을 해.

나나 희도나, 솔직했던  같았는데, 희도가 하는 말은 상처로 오질 않네. 희도가  발자국도 멀어지지 라하면 이진이는 다가오네. 사랑이 듬뿍 담아있는 아이여서였을까?  나의 솔직한 말들은 귀에  닿았어도 마음까지는 떨어지지 못하고 바스락바스락 낙엽처럼 밟혀버렸을까?


하루에 여러 번 그런 생각도 해.

어쩌다가 이런 마음 이런 생각들을 나는 차마 끄지 못하고   두고 다니는지, 아주 잠시만 끄는 동안 찾지 못하는 곳에 숨겨두면 좋을 텐데, 너의 생각이란 , 어쩌지도 못해 숨기지도 못하고 시작되던 마음 같던 , 그걸 예쁜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니 결국 착각했던  마음 같던 것도.


조근조근하던 목소리와 작은 억울함과 어이없음을 표현하던 웃음 같은 것도 기억했던 우리들은 이제 모두 자라나 어릴 때의 희도와 이진을 기억하겠구나.

우리도 한 때는 희도였고 이진이였으니까.


이미 모두 다 지난 이야기지만, 가끔은 생각해.

아침 찬 공기를 쐬며 버스를 기다리러 가는데, 숨차게 뛰어 오면서 앞에 큰 웃음으로 서던 사람을.

말도 못 하고 손도 못 내밀면서도 차도에서 먼 곳으로 나를 걷게 하던 사람을.

새벽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길 읊조리다 멀어지지 말라고 하면 붙들어 주던 사람을.

가끔은 나도 생각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끝나버렸는지 또한 생각해.



매거진의 이전글 시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