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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담 May 31. 2022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서

어린잎, 어린 사랑이어서 그렇다.

작약의 계절이라길래, 작약을 사 두었는데

하루가 지날수록 내 맘 같지 않게 수줍은 모습을 감추고 쉽게 드러내더니

며칠 집을 비우니 아주 활짝 펴 버리고는

식탁 위에다가 잎을 드리웠다.


나는 사실 조금 서운했지만,

이 꽃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만지작 거리다가

도통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무슨 그림을 그릴까 싶어 일기장을 뒤척이다 발견한 것은

그의 규칙은 늘 바뀌는데, 나는 손이 묶여 따라간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조금 옮겼다.


그는 내가 우스웠을 것이다.

다치라는 대로 다치는 나를 한 때는 뮤즈라고 생각하기도 했겠다마는, 이제는 역시나 이래야 해서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마음들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지도 않다. 다만, 어린 마음이기 때문에 그냥 다쳐준 것뿐이다. 마음 회복이 그나마 쉽게 되는 때이기도 하고, 혹은 마음이 다치는 것보다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는 때여서도 그렇고.


그러나 점점, 덜 다치는 게 좋겠다 싶고

그래서 그는 자기의 것을 필사적으로 잃지 않기 위해 가장 나를 먼저 내친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일기장에서 벌어진 허구일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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