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담 Nov 05. 2024

이런 나를 사랑해

celeste - strange

잠이 안 오는 밤이었다. 어쩌면 생각보다 말은 명료하다. 그 안에 기대하던 답들, 나의 마음들이 복잡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존엄은 지키고 싶어, 말을 고르고 골랐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한심하게 느껴진 밤이었다.


답답한 기분에 바람을 쐬었는데, 이곳의 텁텁하고 무딘 바람에도 마음을 날카롭게 베이고 말았다.

아 나는 지나가는 바람에도 쉽게 시리는 마음을 가졌구나, 안아달라고 떼쓰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차라리 떼라도 써보면 나았겠다. 오래전 연애는 나에게 그런 것들을 남겼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떼를 쓰면 안 된다고.

그 뒤로 어쩌면 나는 떼를 쓰고 땡깡을 부려도 이해하는 사람을 찾아 나서는 여행 중인지도 모른다.

한참 뒤인 지금도 못된 시험을 거는 탓은, 혹시 이 사람은 다를까 라는 마음속 깊은 의문, 아니 희망일지도...


상처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무딘 바람에 꽤 세게 베인 날, 이상하게도, 이런 작은 상처에도 베이는 내가 좋았다.

적어도 이해하려고 하는 따듯한 심장을, 상처 주지 않으려고 하는 폭신한 마음을 가졌다.


그들은 자존심을 지켰으니 되었지, 나도 가차 없이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말을 아끼고 살피고 고르던 그 순간들, 소중하다고 느꼈던 마음을 잔뜩 고마워했던 시간들, 가벼운지도 모르고 마음을 고마워했던 순간들 전부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Je te reçois comme ç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