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장식기능사 합격 그 후, 꽃다발 배우기 도전기
#39살, 꽃 다운 내 나이가 어때서
37살 직장을 관두고 배운 꽃. 2021년 4월 30일,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에 합격했다. 그 후, 플로리스트 일자리를 찾아 전전긍긍했지만 하는 족족 고배삼배독배. 다시 카피라이터로 돌아와 본업을 하다, 꽃이 도졌다. 38살 꽃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력서를 꽤 넣었다. 한 곳에서 연락이 와 플로리스트 아르바이트 면접을 봤지만 역시는 역시였을까. 나이 탓일까. 면상이 문제일가. 의식의 문제인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는 마음이 뭉개 뭉개. 밑 빠진 독처럼 이력서는 넣는 족족 어디론가 흘러가버렸다. 우주로부터 튕겨나갔나. 시간이 지나 애써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 어딘가에 끈질기게 들러붙어 있었나 보다. 언젠가 꽃, 다시 만나리라 수채화로 점찍듯 다짐을 하고 다시 카피라이터로 돌아왔다 나갔다 반복하다 39살. 꽃 다운 내 나이가 어때서 다시 꽃다발 배우기 도전에 나섰다. 인생, 최선이 안되면 차선과 차차선이다.
#첫 꽃다발 배우기_꽃 한 송이 포장
첫 꽃다발 배우기는 한 송이 포장이다. 소재는 해바라기, 거베라, 유칼립투스 블랙잭. 해바라기와 거베라는 줄기 끝 부분에 둥그런 꽃이 하나씩 달린 단정화서이자 매스플라워, 일명 주인공이다. 유칼립투스 블랙잭은 매스플라워의 윤곽을 채워주는 라인 절엽, 일명 조연이다. 날이 갑자기 더워져서인지, 개화한 지 시간 지난 거베라인지, 꽃 상태가 시들시들. 그렇다고 내 마음까지 시들해질 순 없었다. 어차피 시들어가는 인생, 그럼에도 피어가는 인생 아니겠는가.
인생 컨디셔닝 하듯, 꽃 컨디셔닝
꽃줄기를 다듬고 물을 올려주는 컨디셔닝. 해바라기와 거베라는 줄기에 잎이 없는 꽃이라 줄기만 비스듬하게 사선처리했고, 유칼립투스 블랙잭은 꽃다발 바인딩 포인트(손 한 뼘) 아래까지 잎을 다듬어줬다.
꽃은 잘린 상태부터 시든다. 절화를 이동할 때는 0도에서 4도 온도에 맞춰 호흡량을 감소해줘야 한다. 그래야 증산작용을 해서 시들지 않는다. 컨디셔닝은 최소 6시간에서 24시간 하루 정도 물에 담가 물 올림을 해줘야 싱싱한 꽃으로 살아있다. 때문에 꽃다발 포장을 할 때는 꽃마다 개화 속도가 다르지만, 적어도 4시간에서 하루 전부터 물 올림을 해준 후 꽃다발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유칼립투스는 중남미에 서식하는 소재라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물에 빨리 보관해야 하고 비닐에 싸서 보관하는 편이 좋다.
5대 3 황금 비율, 바인딩 포인트
꽃다발 황금비율 5대 3. 꽃 머리부터 손 한 뼘 혹은 한 뼘 반 지점이 바인딩 포인트다. 그곳에 플로럴 테이프로 각각 고정을 해준다. 이때 보조 역할인 유칼립투스는 매스플라워 꽃 보다 너무 위로 올라오지 않게 적.당.한. 길이와 방향을 맞춰준다. 내 인생도 황금 지점이 있을까? 황금 비율에 맞춘 황금 지점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포장, 주인공이 잘 보이게
한 송이 포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한 송이가 잘 보이게다. 그러려면 포장지 선택을 잘해야 한다. 이날은 겉지로 플러드 투(무광), 속지로 부직포, 포인트로 펀칭지다.
-해바라기 : 겉지 2장(한 뼘 반 1장/한 뼘 1장), 속지 1장(한 뼘 반), 리본
-거베라 : 겉지 1장(한 뼘 반), 펀징지 1장(한 뼘 반), 속지 1장(한 뼘 반), 리본
한 뼘 반은 길이가 30cm 정도 되고 한 뼘은 20cm 정도다. 요샌 친환경 느낌의 종이로 포장하는 게 트렌드지만, 꽃다발 포장 기초 단계라 가장 기본적인 포장지로 배웠다.
꽃 한 송이 포장, 주인공과 보조
오랜만에 배운 꽃. 두근 설렘 두 배다. 배움에 상큼한 과즙이 입안에서 터지듯 머리가 상큼해진다. 꽃다발에서 가장 기초이자 기본, 꽃 한 송이 포장. 기초가 가장 어렵다. 뭐든 기본이 어려운 법이다.
한 송이 꽃을 돋보이게 하는 일이란,
나머지를 죽이는 게 아니었다.
주인공과 보조-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온전히 다 하는 것이다. 해바라기와 거베라처럼 빛을 향해 고개를 돌려 굴광하 듯 내 빛을 향해 마음을 굴광해 본다. 꽃이 주는 가르침은 늘 겸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