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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mavin project Aug 04. 2024

4년째 꽃을 배우며

잘못된 길을 가려할 때

1년 만에 다시 꽃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간 엄한 곳으로 향한다는 기분이 지속적으로 들었고 나의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 애먼 길에서 빠져나오게 해 준 결정적 매개체가 꽃이다. 4년 전에도 지금도. 중간중간 쉬긴 했지만 4년째 꾸준히 꽃배움 중이란 걸 깨닫는다.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꽃으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 꽃길인 걸까.

미니다발, 트렌드 핸드타이드 부케

요새 들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일이 생긴다. 수업 가는 길. 아침에 횡단보도를 기다리다 꽃은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운 나를 만나고 있는 그대로 나를 응시하는구나. 굳은살 박히지 않는 양심이 긁히는 마음을 차분히 바라보게 된다.


  화분에 물도 안주는 얘가 무슨 꽃이야.


발끈했다. 화분을 가꾸는 건 꽃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엄마 말이 맞았다. 생각해 보니 꽃과 식물을 가꾸는데 관심이 없었다. 꽃을 만지며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생각을 비워내는 게 좋았던 거다. 꽃을 하는 동안 나를 괴롭히던 번뇌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기분이다. 내가괴로움을 잊어버리는 때는 오직 꽃뿐이다.

브라이덜부케+부토니어, 프렌치스타일 핸드타이드부케, 암부케, 한종류 핸드타이드부케

예쁜 꽃을 보는 것도 좋고 내가 만지는 대로 모양을 갖춰가는 변화가 좋다. 꽃을 배우면서 그때그때 귀에 닿는 문장들에 위안과 교훈을 얻기도 한다. 포장을 하는 건 꽃을 더 예뻐 보이게 하기 위한 것. 꽃을 돋보이게 하는 생각보다 내가 잘하고 싶은 욕심에만 꽂혀있었네. 기본을 놓치고 있었구나. 반성한다. 배운다. 꽃다발의 안정적인 구도가 삼각형이란 것. 메인 플라워가 미끄러지지 않게 사이사이 필러를 메꿔줘야 하는 것. 내가 미끄러지거나 어딘가로 빠져버리지 않게 필러플라워 같은 잔잔한 지지가 내게도 필요하구나. 깨달음이다.

(아빠가 들어주신)트로피칼 핸드타이드부케, 트렌드 핸드타이드부케

나를 가꾸고 돌보게 하는 작은 것들부터.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느닷없이 내팽개치지 않고 차분히 마주하고 바라본다. 내 인생주기에서 지금. 필러플라워를 채워가는 시기구나. 지금 내겐 나를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결국 아닌 것들과 맞추려 애쓰지 말아야지. 애먼 이들과 정을 나누느라 고갈된 내 정을 다시 꽃으로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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