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공부하기
운동은 신체를 건강하게 해주는 것 이상의 여러 혜택을 준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챗 GPT조차도… 4.0까지 갈 필요도 없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챗GPT 3.5도 운동의 혜택에 대해 신속 정확한 답을 내놓으니까….
“운동은 건강에 많은 이점과 효용을 제공합니다. 여러 측면에서 운동이 주는 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체 건강 향상 / 2. 체중 관리와 대사 활동 증진 / 3. 근육 강화와 유연성 향상 / 4. 정신 건강 개선 / 5. 면역 시스템 강화 / 6. 만성 질병 예방 / 7. 사회 활동 촉진”
답변이 좀 길어서 잘랐다. 실제로는 더 상세하게 답해준다. 그런데 챗GPT도 이 정도 답을 해줄 정도인데, 우리가 운동의 혜택과 효용을 더 알아볼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까, 운동이 좋다는 건 모두들 알고 있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운동의 혜택을 모르는 것처럼 산다. 적어도 내 주변은 그렇다. 운동을 하는 사람보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왜 그럴까. 운동은 귀찮은 거라서? 재미가 없어서? 그것도 아니라면 게을러서? 글쎄, 운동하지 않는 이를 두고 게으르다고 탓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물론 그게 이유 중 하나일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진짜로 여력이 없어서가 아닐까. 우리는… 일을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오래 하니까…. 그게 아니라면, 운동을 배우거나 익힐 환경이 주어지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 이런 경우엔 당연히 운동을 해야겠다는 의지도, 해야 한다는 의식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건 계급과 계층의 문제지. 개인이 게으르고 어쩌고 한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란 게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 그러니까 운동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낼 수 있는 사람들에겐 역시 운동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운동을 위해 약간의 공부를 해보는 것까지도 권해보고 싶다. 뭐 엄청 전문적인 공부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몇 권의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체대를 나온 것도 아니었고, 학창 시절에 특별히 운동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니 어쩌면 그래서 운동과 관련된 책들을 몇 권 읽은 게 운동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줬다. 물론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다. “챗GPT에 물어만 봐도 운동의 혜택은 알 수 있는데 뭐하러 ‘공부’까지 해야 하느냐?”, “운동 좋은 거 몰라서 안 하겠느냐?” 그 질문엔 유홍준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쓴 글로 답해주고 싶다. 그는 조선 정조대의 문인 유한준의 글을 변형해 이렇게 썼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운동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알면 운동하게 되니, 그 때 하는 운동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먼저 운동과 관련된 뇌과학 책들을 추천하고 싶다. 뇌과학책이라고 해서 어렵게 쓰인 건 없다. 다 대중교양서로 쓰였으니까. 이런 책들엔 운동의 효과와 혜택에 대한 최신 뇌과학 연구들이 담겨있다. 내가 읽은 책으로는 안데르스 한센의 <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그리고 웬디 스즈키의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가 있다. 이외에도 제니퍼 헤이스의 <운동의 뇌과학>이라는 책이 있덴데, 이건 안 읽어봄…. 대체로 이런 책들에는 “운동이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증을 날리고, 전전두엽과 해마의 기능을 향상시키며, 이를 통해, 기억력과 창의력,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런 책에선 뇌의 신경가소성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뇌는 딱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관이란 얘기다.
운동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해주는 에세이들도 많다. 아무튼 시리즈로 나온 <아무튼 피트니스>는 운동이라곤 인권운동과 시민운동밖에 몰랐던 인권운동가 류은숙님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 한 이야기들이 정성껏 잘 담겨있다. 20년 넘게 편집자로 일하다 체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운동하기 시작한 이영미 작가님의 <마녀체력>이란 책도 좋은 것 같다… 못 읽어봤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건, 일본의 웨이트 전도사이자 트위터리안인 테스토스테론의 <웨이트 트레이닝이 최강의 솔루션이다>와 <살고 싶다면 웨이트>다. 무엇보다도 웃기기 때문이다. 그 중 한 구절, “삶이 힘들다면 자해 대신 웨이트를 하자, 웨이트는 일종의 근섬유 자해이니,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정말… 정신 나갔음.
운동과 다이어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주고, 좋은 운동법들을 자세히 알려주는 책들도 있다. 물론 운동을 기초부터 잘 배우려면,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 PT 를 받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이른바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는 데에는 돈과 함께 운도 필요하다. 그래서 PT 받기 전에 아래 책들을 통해 운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아 놓으시길 권하고 싶다. 그럼 어떤 트레이너를 만나든, 트레이너의 지도를 잘 따를 수 있을 것이고, 또한 배우고 싶은 운동도 잘 알려달라고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남세희의 <다이어트 진화론>과 최영민의 <불량헬스>, 맛스타드림의 <남자는 힘이다>. 이 세 가지 책이다. 근데 제목이... 남자는 힘이다라니… 남사스러워서 원…. 그렇지만 남자가 아니어도, 그리고 무슨 생마초가 아니더라도 보면 좋다…. 하하, 어쨌건 이런 책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인류는 수렵채집인으로 1만년 넘게 살아 왔는데, 농경시대가 개막하고, 현대로 넘어오면서 지나치게 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농경이 시작된 때부터 현대까지의 시기는, 인류가 수렵채집인으로 살아온 시기보다 훨씬 짧다. 우리의 몸은 ‘구석기 시대’의 몸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생활은 안 좋은 쪽으로 크게 바뀐 것이다. 현대인은 진화적으로 자연스러운 삶을 거스르며 살고 있다. 우리는 구석기 시대 인간들만큼 활동을 해야 건강하고 튼튼하게 잘 살 수 있다. 또 농경 이후처럼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 말고, 수렵채집인처럼 다양한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 운동의 경우, 저중량으로 펌핑을 많이 주는 보디 빌딩 형태의 운동보다는, 스트렝스, 즉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통해 실전적으로 강한 몸을 만드는 게 좋다.” 거칠게 소략하면 이렇다.
이외에도 좋은 책들이 많다. 수피의 <헬스의 정석> 같은 책도 있고 해부학적 지식과 그림이 포함된 프레데릭 데라비에의 <근력 운동 가이드>, 오스틴 커런트의 <근력 운동의 과학>, 크리스 네이피어와 재리 지에크의 <달리기의 과학>, 마크 리피토의 <스타팅 스트렝스> 같은 책들도 좋다. 읽어봤단 뜻은 아니다…. 책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유튜브 채널들은… 뭐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차고 넘치는 게 헬스 유튜브니까. 어쨌거나 중요한 건 운동에 대해 알려면 알 방법은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알면 운동하게 된다. 그 때 하는 운동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