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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홍민 Sep 19. 2018

물려받은 필름 카메라

장롱 속 필름 카메라


많은 집 장롱 속에는 잠든 보물들이 있다.


디지털로 카메라의 시대로 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바로 전 세대에 쓰였을 필름 카메라.


보통 부모님들이 지금보다 젊었을 적 자신들의 자식들을 담는 용도로 쓰였을 용도의 카메라.

나의 집에도 엄마 아빠가 형과 내가 작았던 그때부터 자라나는 순간들을 기록할 용도로 쓰였을 자동카메라가 있었다.


보통 주변 사람들이 들고 있던 투박한 자동 필름 카메라를 보고 '어디서 났어요?'라고 물어보면 대게는 집에 있던 것 이라거나, 엄마 아빠가 썼었던 것이라는 말이 많이 나올 정도로 많이들 접하게 되는 경로인 듯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주변 지인이 본인의 부모님이 썼었다는 수십 년은 족히 지났을 자동 필름 카메라로 좋은 순간들을 잡아내는 것을 보고, 최소 10년은 잠자고 있었을 카메라를 깨워 다음 세대의 눈으로 찍는 사진 같은 무언가 숨겨진 사연이 있는 듯 한 물려받은 카메라를 쓰는 게 작은 로망이 되었고, 그렇게 나 또한 집에 있을 어릴 적 부모님이 들고 우리를 찍어주던 검정의 투박한 모습의 자동 필름 카메라를 떠올렸다.


그리곤 바로 엄마에게 물어봤으나 이사를 다니며 사라진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불분명한 행방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아쉬워하던 내게 엄마는 할아버지가 쓰시던 게 있을 거라는 말을 해주었고, 그 후 행방을 수소문하여 사촌 으로부터 택배를 통해 받게 된 할아버지의 필름 카메라로 결국 작은 로망을 이루게 되었다.


펜탁스 줌 280P

28-80mm라는 화각과 멀티 포커싱, 파노라마 기능 및 리모컨 등등...

그 시절엔 고성능의 비싼 장비였을 카메라다. (할아버지는 좋은 것만 쓰신다는 엄마의 말로도 유추가 가능)


할아버지는 이 카메라로 무엇을 찍으셨었을까.

엄마의 젊을 적을 찍으셨을까 할머니를 찍으셨을까, 아니 할아버지의 무뚝뚝한 성격 상 그러지 못하고 풍경을 찍으셨을 수도 있겠네 싶다.


아마도 그랬을 할아버지와는 달리 나는 이 카메라로 주변 지인들의 모습을 참 많이도 담았다.

설정을 신경 쓰지 않고 밝을 때건 어두울 때건 상황에 맞춰 알아서 찍어주는 자동카메라는 나에게 즐거운 카메라였고, 그래서 한동안 항상 목에 메고 다니며 필름을 열심히 소모했었다.


포착하고 싶은 순간을 빠르게 편히 포착할 수 있는 카메라. 그게 최고가 아닌가

가끔 이런 헛헛한 생각도 해본다.

이 카메라는 나와 같은 시선을 공유하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할아버지와 보던 것 과는 다른 시간과 시선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알 방도도 없는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며 사진을 찍는 것도 재밌는 행위이다.

아무래도 요번 추석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러 갈 때 이 카메라를 목에 메고 가야겠다.

이 필름 카메라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가족들을 담아보기도 하고

어느새 자신의 손에서 떠나 이제는 손자인 내 목에 걸려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는 카메라를 보고 어쩌면 할아버지가 그 모습만으로 뿌듯해하실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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