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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Sep 16. 2023

나는 30대가 좋다

만으로 30. 많은 사람들이 심란해진다는 서른 살이다.

30대는 꺾이는 나이다, 몸이 하나둘씩 아파오기 시작한다고들 말하지만 나는 지금이 너무 좋다.


나의 호불호를 알고 남보다 나를 위할 줄 알게 되고 경제적인 여유가 비교적 20대보다는 생겨서 나의 취향을 찾아갈 기회가 생겨난다.

모두가 찬란하다고, 아니, 가장 빛나고 찬란해야만 한다고 여겨지는 나의 20대는 가장 어두웠던 시기였다.


사춘기를 조용히 지나왔던 나이기에, 20대에 뒤늦은 사춘기가 찾아왔던 걸까.

온갖 실수, 반항, 그리고 방황의 시간은 내게 아주 큰 흑역사를 선물해 주었다.

게다가 덤으로 짙고 짙었던 우울증까지 내 20대의

절반을 더 어둡게 만들었다.


괴로움과 죽고 싶은 나날들의 연속 속에서 더더욱 예쁘게 빛나보이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상대적 박탈감과 애잔한 싸움을 했어야만 했다.


20대 후반에는 모두들 서른이 되면 꺾인다고, 서른이 다가와서 어떡하냐고 우는 소리를 했었다.

그런 목소리들 때문인지 나는 이토록 절망뿐인 삶에 얼마나 더 절망적인 나날들이 또 연속될까, 막연한 두려움에 잠기고는 했다.

하지만 막상 서른이 되어보니, 꼭 내가 새 출발을 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후반이 아니라 초반이라는 말의 힘일까.

아니면 단순히 서른이 되며 여러 상황이 많이 나아진 탓일까.


나는 많이 웃게 됐고, 내 취향을 따라 나를 더 잘 대해줄 방법을 터득했고,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맞지 않는 옷에 밀어 넣으려는 학대를 멈추게 됐다.

아직도 알아가는 중이지만, 나는 나를 더 잘 알게 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더 잘 구분하게 됐다.

열정으로 포장된 조바심이 사라진 적당한 도전을 통해, 적당한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다.


깜깜한 어둠 같았던, 가파른 내리막 길을 내려가는 것만 같았던 20대가 지나고 나는 30대를 시작하면서 드디어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는 중이다.


그래서 찬란하기만 하다는 20대를 어둡게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하고 싶다.

찬란한 시기는 뒤늦게 찾아올 수 있으며, 더 나빠지기만 할 것 같은 당신의 인생에 웃음이 많이 깃드는 날들이 반드시 찾아올 거라고.

30대에 꺾일 거라고 두려워하는 당신에게 더욱더 신나는 날이 찾아올 수도 있을 거라고.


물론 당신의 30대가 나의 30대보다 찬란하지 않을지라도, 분명 당신의 찬란한 날이 다가오고 있을 거라고 감히 확언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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