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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Nov 11. 2023

외로움은 나의 평생 친구려나

솔로 시절엔 외로움을 느낄 새도, 느껴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감정 중 하나였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는 지금 외로움이 나를 불쑥불쑥 덮치는 날이 올 때면 그 감정에 압도되어 어쩔 줄 모르고는 한다.

왜 이리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거대한 산처럼, 높은 파도처럼 느껴지는지.

그저 그 감정에 그대로 삼켜져 버리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아이가 문제가 있거나 남편이 무관심한 편인 것도 아니다.

가정에 충실한 편이지만 감정 쪽에는 무심한 남편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그저 내가 육아에 치이며 전업주부로 살면서 사회적 정체성을 점점 잃어가며 내가 희미해져 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이렇게 살자고 내가 남편과 함께 결정한 거면서.

나는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어차피 나는 육아에 매인 몸이기에 남편의 취미를 존중하며 그라도 마음껏 나아가라고 등 떠밀어 준 탓일까.

점점 더 빛이 나고 즐거워 보이고 사람들과 교류가 많아지는 남편을 보며, 나는 티를 내지 않으려 발버둥 치지만 속으로는 깊은 자격지심과 질투를 느끼고는 한다.

나는 육아 속에서 더욱더 고립되고 희미해지고 있는 것만 같은데, 점점 더 선명해지고 빛나보이는 남편아 왜 이리도 질투 날까.


나도 한때는 저런 사람이었는데, 나도 한때는-.

참 미운 생각이 연이어 들며 더더욱 가라앉는다.

남편을 시기질투하는 아내라니.

감정을 돌봐주지 않는다고 토라지는 어린아이 같은 아내라니.

내가 좀 더 초라해 보인다.

그리고 그 초라함에 외로움이 더 짙어진다.


이런 못난 속마음을 꽁꽁 숨기며 내보일 곳이 없어서일까?

이런 이야기를 어디 가서 토로해 봤자, 내 얼굴에 침 뱉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이상하다.

살을 부대끼는 사람들을 두고도 외로움에 잠 못 들며 서러워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꼴이라니.

결혼 전에는 외로움을 모르고 충만한 삶을 살아내던 나만큼은 평생 외로움을 모를 줄 알았더니.

여러 번 덮쳐 오는 외로움에 어쩔 줄 몰라하는 꼴이라니.


그래, 외로움은 나의 평생 친구려나.

그냥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이겨내야 하려나.

이 헛헛한 마음을, 이유 없이 아려오는 이 마음이.

가정에 충실하며 나를 잃어갈 때 다가오는 감정이려나.


그런 거려나.

언젠가 가정이란 울타리 밖으로 나가서 나를 되찾는 날에는 웃으며 맞을 수 있는 감정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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