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이네요. 저 기억 안 나세요? 지난 겨울에 심학산에서….”
전립선암 4기 진단 5개월 만에 골반까지 전이되었던 암이 전부 사라졌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지만 하루도 맨발 걷기를 멈출 수 없었다. 맨발 걷기가 일상이 되었지만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겐 곧 ‘재발’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심학산에서 맨발로 걷던 한 여인이 나를 알은체하며 다가왔다.
“아… 예… 지난 겨울에…”
짧은 순간 기억을 되살려 보니, 맨발로 걷고 있던 내게 먼저 말을 걸었던 분이었다.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리던 날 눈길에 맨발이었으니 신기하기도 했을 것이다. 당뇨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병으로 약을 달고 산다던 그 여인에게 맨발로 걸은 지 한 달만에 고혈압, 고지혈증 약을 끊은 사연과 전립선암 진단 후 맨발로 걷는 중이라는 사연을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언제 한 번 꼭 뵙고 싶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뵙네요.”
맨발로 걸은 지 세 달 정도 되었다고 했다. 당뇨약과 먹던 약을 다 끊었고 채식 위주로 식사를 바꾸었고 몸무게도 많이 빠졌다 했다. 몇 달 전보다 많이 핼쑥해 보였으니 몰라보는 게 당연했다.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언젠가 꼭 한 번 밥을 사고 싶다면서, 혹 아내분이 오해할까 망설여진다는 농담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녀와 헤어져 심학산의 맑은 공기와 새소리, 바람소리에 다시 취하며 맨발을 타고 올라오는 자유전자를 흠씬 느끼고 있을 무렵 부부인 듯 보이는 이들이 또 알은체를 한다. 가벼운 나의 목인사에 “생명의 은인을 이렇게 다시 뵙다니…”하면서 나를 불러세웠다. 두세 달 전 혈관 건강이 안 좋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두고 있다며 심학산을 찾았던 부부였다.
“지금 당장 한번 맨발로 걸어보세요. 숙면을 취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맨발의 매력에 금방 빠져 매일 걷게 될 겁니다. 건강도 금방 좋아지실 거구요.”
“아, 예. 다음에는 꼭 맨발로 와야겠네요.”
“아뇨, 지금 당장 맨발로 걸어보세요. 나무를 심기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었고, 그 다음으로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내 말을 들은 부부 중 먼저 신발을 벗은 건 아내였다. 남편도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신발과 양말을 벗어들고 내 뒤를 따랐었다.
“선생님 덕분에 남편이 다시 살았어요. 혈색도 돌아왔구요. 몸무게도 10kg이나 빠졌어요. 수술도 잘 되었다고 해요. 집이 멀어서 자주는 못 오지만, 언제는 한번 생명의 은인을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가끔 심학산에 오는데, 오늘 이렇게 뵈니 너무 좋아요.”
맨발로 걷노라면 이렇게 소중한 맨발 인연들을 만난다. 내 사연을 들려 주면서 나 또한 나태해지는 마음을 다잡는다. 맨발 인연들은 매일 1시간 이상 맨발로 걷고 채식 위주로 먹는다. 모든 질병의 원인이라는 활성산소는 매일같이 생긴다. 그러니 밥 먹는 듯 맨발로 걸어야 활성산소를 중화시킬 수 있다. 지금 당신의 식탁에 약봉지가 쌓여 있다면 당장 신발을 벗고 맨발로 나서 흙을 밟아라. 그것이 맨발 인연들의 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