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왼쪽 턱이 아팠다. 처음에는 단순 근육통인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음식 먹는 게 힘들 때쯤병원을 검색했다. 턱질환은 정형외과 말고 치과로 가라는 의견이 많았다.
토요일 아침, 나는 구강내과 전문의가 있는 동네 치과를 방문했다.치과에서는 간단한 검사를 진행했다. 엑스레이를 찍고 턱관절의 움직임과 통증 정도를 확인했다. 입을 벌릴 때보다 다물 때 통증이 심했다.
"다행히 턱에 큰 문제는 없어요. 어깨나 목이 안 좋을 경우 턱 통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최근에 목, 어깨가 아픈 적 있나요?"
의사 말대로 나는 왼쪽 어깨와 목 주변에 근육통을 앓고 있었다. 스파링과 케틀밸을 하다 생긴 통증이었다. 아팠지만 '근육통은 운동으로 풀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무리하다가 결국 턱 통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의사는 목과 어깨가 안 좋은데 힘을 많이 쓰는 운동을 하면 이를 악물게 되고, 다시 통증이 발생하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강도를 낮춰서 조심히 하라는 얘기였다.
치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약은 따로 처방받지 않았다.
경미한 증상이라는 소견에 마음이 놓였다. 주말 동안 푹 쉬었다. 식사 때는 입을 작게 벌리며 턱의 움직임을 최소화했고, 잠잘 땐 이를 악무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마우스피스를 착용했다.조심스럽게 주말을 보내고 나니 통증이 많이 줄었다. 약간의 욱신거림이 있었지만 전처럼 심하진 않았다.
카넬로 알바레즈의 파워 트레이닝
월요일 퇴근 후, 체육관으로 갔다. 이날 저녁 훈련프로그램은 파워미트였다. 훅과 어퍼를 3라운드씩 총 6라운드를 진행했다.
'롱훅', '숏훅', '어퍼컷'
2인 1조로번갈아 가며 펀치를 날렸다. 거리를 좁혔다, 멀어졌다 하는 상대의 미트를 치는 거라 타점 잡기가 어려웠고, 빠른 순발력을 요구했다.있는 힘껏 쳐야 해서 나도 모르게 이를 악 물었다. 미트를 잡아줄 때도 상대의 주먹을 버티려면 입을 세게 다물어야 했다. 왼쪽 턱이 욱신거렸다. 어깨와 목에서도 통증을 느꼈다. 낮은 강도로 운동을 하라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결국, 통증이 악화됐다. 파워미트 트레이닝을 마친 날 밤에는 턱뿐만 아니라 목과 어깨통증으로 잠을 설쳤다. 다음 날, 회사 점심시간에 인근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스포츠의학 분야 전문의가 있는 곳이다. 내 증상과 검사 결과를 종합한 의사는 목디스크라는 소견을 밝혔다.
이보시오! 의사양반! 목디스크라니.
"목디스크 초기입니다. 복싱 스파링도 하시죠? 일반인 중에 주먹 맞고 고개가 갑자기 뒤로 젖혀지거나 또는 버티려고 힘주다가 다치는 분들이 많아요. 운동 피로가 누적되면 쉬어야 돼요. 당분간 물리치료랑 약물치료 병행할게요."
목디스크 초기 진단을 받고 2~3일 후에는 손과 팔이 저린 증상까지 나타났다. 체육관에서 간단한 운동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게 사라졌다. 나는 관장님께 당분간 출석이 힘들다고 연락했다. 집-회사-복싱체육관으로 구성된 일상 루틴이 물리치료와 약 복용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