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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울 Aug 04. 2022

나의 가장 가까운 이의 출산

오전 11시 13분, 형부에게서 언니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임신중이었던 언니가 곧 병원에 갈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예정일로부터 며칠 앞당겨 입원했다고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언니에게 연락을 보내놓았지만 하루종일 연락이 되지 않았다. 진통을 해서 힘들겠거니 생각을 하며 도서관 의자에 앉았다. 한참 공부를 하고 있던 와중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전화가 왔다. 결국 수술실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했다.


임신과 출산에 무지한 나는 언니가 당장 수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언니가 그 전에 알려주기를, 집에서 징후를 파악하고 입원을 하니 급하게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으니까. 형부도 정신이 없어보여 자세한 사정은 물어보지 못했다. 10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고생했던 몸이 가벼워지는데 10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성없게 들렸다. 형부와 짧은 통화를 마친 후 도서관 자리에 돌아와 언니가 볼 수 없는  걸 알지만 문자를 남겼다. 몸 건강히 나와달라는 문자. 두 줄 정도의 짧은 문자를 남기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직도 나는 언니의 결혼식에서 펑펑 울었던 날을 기억한다. 내가 가장 가깝게 여기고 내 자신이 제일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 나에게는 그게 언니였다. 누군가와 결혼을 해서 뺏기는 기분이 든 것도 아니고, 결혼을 한 게 슬픈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제는 나에게 없는 존재가 언니에게 생기는 게 느낌이 묘했다. 


마취에서 깨어난 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기가 건강한 것도 궁금하지만 언니의 상태가 우선이었다. 수술은 잘 마쳤는지, 많이 힘들었는지. 짧은 통화를 끊고 나서야 아기에 대해서는 질문을 안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이야 조카가 태어난지 일주일이 되가니까 매일같이 사진을 들여다보며 귀여워하지만, 언니의 힘빠진 목소리를 들었을 때만큼은 그 생각이 하나도 나질 않았다.


나에게 없는 존재가 이제 하나에서 둘이 된 언니는 어떤 모습일까. 또 나는 그 속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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