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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울 Aug 12. 2022

매달 있을 아픔에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

여자라면 달마다 겪는 지긋지긋한 생리. 어김없이 8월에도 돌아왔다. 문제는 그 시기가 코로나와 함께 돌아왔다는 것. 하지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인지, 코로나 증상이 완화될 때쯤 생리가 시작되었다. 이걸 좋아해야 해, 말아야 해.




나에게 생리란 생리통과 같은 말로 간주된다. 그 자체로도 찝찝하고 짜증 나는 현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보다는 신체적인 고통이 강하기 때문에 부수적인 불편함들은 나에게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통제를 적어도 이틀에서 삼일은 달고 살아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아플 때만 먹는 줄 아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감기약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우리가 보통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면 3일 치 약을 받지 않은가?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서 받는 약의 양은 9포이다. 3포가 아니라. 즉 아침, 점심, 저녁 총 3일을 먹을 수 있는 양을 매달 먹고 있다. 심할 때는 약도 듣지 않아 응급실에 실려가 본 적도 있으니 그 고통의 크기에 대해서는 말을 줄이도록 하겠다.


어쨌든 꽤나 오랫동안 그 시기를 겪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자취를 시작한 달, 나는 새로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배가 아프고 허리가 부서질 것 같아 침대에서 데굴데굴 굴러도 위로의 말을 건네줄 사람이 없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끼니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어차피 위로와 따스한 손길로 고쳐질 것이 아니기에 별로 타격이 없었다. 하지만 아픈 것도 서러운데 식사도 스스로 준비해야 된다는 것은 꽤나 서러웠다. (심지어 설거지도 해야 한다니) 가뜩이나 입맛도 없어 그 무엇도 먹기 싫은 나에게 비싼 배달비를 지불하고 산 죽을 억지로 들이밀었다. 성 이난 배를 잠재워줄 미니 전기장판을 배에 얹은 채 침대에서 죽을 먹으며 본 창문 밖 하늘이 쾌청하여 더 서러웠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시기에 맞춰 일정을 짠다. 초반에 3일 정도는 고통에 허덕여 그 무엇도 못할 확률이 높다는 걸 안다. 그러니 미뤄둔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꼼꼼히 돌리고, 냉장고 정리를 하며 간편하게 먹을 만한 것들을 사서 채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진통제가 떨어지지 않았나 넉넉하게 준비한다. 왜인지 글에서 비장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한 건 내 기분 탓일까. 아무튼 이번에는 제발 진통제가 잘 들어먹길, 입맛이 뚝 떨어지는 일 없이 식사를 잘할 수 있길 매달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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