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울 Nov 01. 2022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었던 사람

이사를   아침 시간에 욕심이 생겼다. 강사 생활을  때는 저녁 10 퇴근이 기본이라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퇴사와 동시에 이사를  만큼 아침을 활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의지로는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걸 십몇 년간 이미 알아왔기 때문에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바로 아침 운동.

오전 9시에 요가를 등록하기로 결정했다. 어떤 사람은 오전 9시에 운동하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을 수 있다. 보통 회사도 9시에 가지 않는가?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해서 시작한 요가는 처참히 끝이 났다. 매일 가는 요가 3개월을 끊었으나 다 합쳐 10번 정도를 간 것이다. 다행히 구립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15만 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냈지만 후회스러웠다.

그렇게 더 연장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은 의지는 있는데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것인가? 우선 첫째, 나는 밤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말소리, 공사 소리, 차 소리가 사라지고 어두움이 주는 고요함과 무거움이 좋다. 그 시간이 아까워서 잠을 자꾸 미루게 된다. 둘째, 언제 자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다. 개운하게 일어난 적이 손에 꼽으니 더더욱 수면을 미루게 된다. 어차피 늦게 일어날 거 밤이라도 즐기자는 마음이랄까.

사실 이 모든 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꼭 아침에 해야 한다는 강박에 대한 반항심일지도.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그냥 15만 원으로 더 이상 아침형 인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15만 원에 샀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끊임없이 시도했던 그 과제를 이제 놓아주려고 한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라도 너무 늦게 자는 건 지양해야겠지만.

작가의 이전글 매달 있을 아픔에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