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조교글 EP.17
“가깝고도 먼 나라”
어떤 나라가 떠오르시나요?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역사, 지리, 문화 다양한 방면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이웃나라, 바로 ‘일본’입니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나라는 같은 동양 유교 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회적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 한국인에게는 일상인 것들이,
일본인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고,
일본인에게 일상인 것들이 한국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것일 수도 있죠.
비슷한 듯 다른 한국과 일본에 대해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님이 분석해 주셨습니다!
이번에 다룬 한국인과 일본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입니다.
"한국인의 정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
홀로 사시는 옆집 할아버지의 안부를 물으러 매번 찾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따뜻한 일화’라고 여기지만,
여느 일본인들은 ‘남의 일에 참견한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정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에요.
한국인에게는 자연스러운 상황이, 다른 문화권인 일본인에게는 낯설거나 불편하 느껴질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닮은 듯 다른,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은 왜 나타나는 걸까요?
OTT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오징어게임
칸영화제를 시작으로 수 십 개의 상을 휩쓸었던 영화 기생충
최고 시청률을 18.1%까지 이끌었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한국을 대표하는 위 문화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국의 어둡고 비참한 ‘현실’을 가감없이 다뤘다는 점입니다. 돈을 좇는 탐욕과 식민지 조선의 암울한 현실을 미화없이 다뤘죠.
이에 반해, 일본은 환상이 담긴 애니메이션, 미래로봇물 등 현실이 아닌 가상 혹은 미래세계를 다룹니다.
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는 답답하거나 우울할 때 “바람 쐬러 나간다.”는 문장이 익숙한 데 비해, 일본 사람들은 밖에 나가기보다, 집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히키코모리’ 용어가 생길 정도인데요.
밖으로 나가 답답함을 해소하는 것과 나만의 공간에서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두 문화권의 차이가 크다는 건 분명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초코파이 광고 들어보셨나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배려해서 먼저 챙겨준다는 한국인의 ‘정’이 기반이 된 광고인데요.
상대방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사실 상대방의 입장은 배려하지 않은 ‘정’은,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또 이와 다르게, 일본인은 쉽게 무언가를 챙겨주지도, 또 부탁하지도 않는다고 해요.
상대방이 나의 참견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하는 것이죠.
한국인은 정당에 직접 가입하거나 후원금을 내는 등의 행동을 통해 정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정치는 내 생업, 나와 직접 관련된 일이라고 여기면서, 비리 정치인을 꾸짖기도 하고, 촛불을 들고 나와 대통령 탄핵 사안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드러내기도 하죠.
반면 일본은 <정치=정치인의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고, 국민들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요. 이 때문에 한국에 비해 일본에서는, 국민들의 의견이 정치에 잘 반영되지 않기도 해요. 이런 차이가 양국의 문화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닮은 듯 다른 한국과 일본.
어느 한쪽의 문화가 우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문화는 각국의 사람들이 본인들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만든 것일 뿐,
무엇이 더 좋고 나쁜지 평가할 대상이 아닙니다.
한국인들은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위해 선을 넘어 싸우기도 하고, 타인의 마음을 ‘나름’ 배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또,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어쩌면 개인주의적인 일본인들의 생각은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이 자리 잡혀 있을 때는 <서로를 신뢰하며 각자의 일을 한다>는 바람직한 프로세스로 작동할 수 있어요. 그러나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동이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선을 넘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수많은 상호작용을 주고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역사와 이해관계가 얽혀,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한때 일본 애니메이션, 일본 전자제품, 자동차 등을 동경했던 때가 있었고, 지금은 한국의 문화, 한류를 동경하는 상황이에요.
시대에 따라, 분야에 따라 한국과 일본은 문화도 다르고, 뛰어난 분야도 다릅니다. 이런 비슷한 듯 다른 두 국가의 교류가 있으면, 지금껏 보지 못한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