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조교글 EP.18
여러분들에게 ‘친구’란 무엇인가요?
많은 드라마에는 나의 모든 일상, 모든 감정, 심지어 주사까지 받아주는 ‘인생친구’들이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우리는 드라마 주인공들이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에는 공감하면서, ‘인생친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있어야 할 존재로 생각하곤 합니다. 드라마 같은 ‘인생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한탄하기도 하죠.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진정한 친구를 찾기 어렵다고 하면서,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공통점은, ‘진정한 친구’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는 거였어요.
진정한 친구는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친구는, 지금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떠오르는 사람들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친구에 대한 기준>이라는 단어 자체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남인숙 작가님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으로 정의하시는데요.
내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친구라고 말이에요.
이렇게 단순하게 정의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해,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여러분들에게는 함께 맛집을 찾아다니고, 여행을 다니고, 항상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는 친구가 있으신가요?
만약 이렇게 일상을 모두 나누는 친구가 있고, 그 관계가 너무 편하시다면, 심지어 크게 다툰 적도 없다면,
그 친구가 참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충격적인 사실이겠지만요.
왜냐하면 친구가 세상의 전부인 청소년도 아닌 성인들이, 모든 면에서 잘 맞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이런 참아야 하는 관계가 이어질수록, 점점 친구 사이라는 의미는 퇴색됩니다.
내 일상을 모두 공유하는 친구 1명이 있는 사람 vs. 1년에 한 번 만나는 친구 10명을 가진 사람
혹시 고민없이 전자를 선택하지 않으셨나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딱 1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다.’라는 인생 명언, 들어보셨을 텐데요.
저는 이 문장을 보고도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게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좁은 관계에서 머문다는 건, 그 하나의 관계를 잃었을 때 내가 겪어야 하는 고통은 더욱 크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또, 그 깊은 관계 하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 참고 견뎌야 하는 감정의 무게는 여러분의 생각보다 무겁기도 하고요.
깊은 관계의 친구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아무런 인연이 없는 낯선 사람의 손을 잡기만 해도 통증 수치가 낮아진다고 합니다. 혼자 카페에 가더라도, 옆자리 사람의 존재 자체만으로 외로움을 덜 느끼고 사회성 회로가 작동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깊지 않아도, 관계의 장벽을 낮추고 타인과의 시간 그 자체를 즐기다 보면, 한 명과의 관계에 매달리는 것보다 삶의 질이 좋아질 겁니다.
어쩌면, <깊은 관계>를 필수적으로 여겼던,
내 마음이 힘들더라도 이 관계는 지켜야 한다고 믿었던,
그 생각들이 우리 자신을 더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닐까요?
관계를 대하는 마음속의 울타리를 낮추고,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본다면,
관계에 있어서 여러분만의 해답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남인숙 작가님의 강연과 함께, 그 정답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