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조교글 EP.21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의 변화에 맞춰, 쳇바퀴 구르듯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노력한 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아 마음 한편에 늘 불안감을 안고 사는데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입시가 끝나면, 취업을 걱정해야 하고, 그 이후는 사회생활, 결혼, 육아 등등 우리는 어쩌면 끝없는 걱정의 레이스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바꿔서 생각해 봤을 때, 세상이 변화없이 조용하다면 어떨까요?
변화가 없다는 것은 어제와 오늘의 차이가 없다는 뜻이고, 또 차이가 없다는 것은 세상에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만약 이렇게 걱정없고, 변화없는 시간이 계속되면 우리 사회는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될 겁니다.
발전을 위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 누군가와, 혹은 다른 대상과의 차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인데요. 개인 간에, 사회 간에, 국가 간에 모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른 것들 것 나를 비교하고, 그로 인해 괴로워진 감정을 메꾸고 싶다는 생각에 힘이 들기도 하는 겁니다.
너무 큰 차이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만, 적절한 크기의 차이와 갈등은 나 자신, 그리고 여러 측면의 발전을 위해 귀중한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카이스트 대학의 총장이신 이광형 연사님 역시, 이런 불안을 겪고 있고, 또 직접 불안을 만들기도 하신다고 합니다. 최근 <미래의 기원>이라는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책 출간’ 목표를 정해놓고, 집필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는, 목표와 현실의 격차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이런 스트레스로 인한 에너지가 있었기에 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책을 출간하는 5년 동안 이광형 연사님을 괴롭혀왔던 불안은, 사실 연사님이 직접 만들어낸 것이었고, 목표와의 격차로 인한 불안은 오히려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죠.
목표를 세웠음에도,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지 못한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원동력, 에너지는 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편하고 순조로운 목표는 달성하더라도 큰 변화나 성취감을 가져오지 않기도 하고요.
이렇게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불안.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우리의 뇌세포는 선천적으로, 내부는 음의 전하를, 외부는 양의 전하를 띠고 있는 불안정 상태입니다. 이 전압 차이를 없앤다면, 인간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빠르게 반응하지 못할 것입니다. 즉, 우리는 선천적으로 항상 불안을 느끼게 만들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안정 상태를 만들기 위해 안주하지 않고 발전해 온 것이죠.
쉽게 말하자면, 운동을 할 때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권투 선수들이 수비 상태에서 가벼운 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불안정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공격에 빠르게 반응하기 위함입니다.
어떤가요? 이제 우리가 매일같이 느끼는 불안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셨나요?
우리가 남들보다 못나서, 뒤쳐져서가 아니라 원래 그런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에 불안을 느끼는 겁니다!
인류는 계속해서 진화해 왔고, 그 과정에서 불안감이야 말로 인류 발전의 큰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지동설을 주장했던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 계몽주의자 장 자크 루소 등, 안정적이던 사회에 새로운 이념과 새로운 불안을 조성함으로써 지금의 세상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가 새로운 불안을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군주사회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광형 연사님은 아직도, 격차를 만들고, 갈등을 만들고 계십니다.
명문 대학의 총장으로서, 학교가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안을 겪고 고생을 시작하고 있는데요. 새로운 목표와 현실의 차이가 만드는 불안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차이, 격차, 갈등, 불안, 모두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내 삶을 더 나은 삶으로 바꾸려는 동기입니다.
이런 단어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시나요?
격차와 갈등이 없는 사회는, 불안정도 없고, 발전도 없을 것입니다. 언제나 곁에 있는 불안정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크기도 달라지고, 우리가 바라는 꿈의 방향도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불안감을 애써 외면하지 마세요.
언제나 함께 있는 불안을 마음껏 인정하고, 늘 목표를 좇는 아쉬운 사람이 되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