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의 SNS
SNS를 즐기지 않는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유명인의 말을 찰떡같이 믿기 때문. 그러나 웃기게도 내가 지금 만나는 남자는 SNS 마니아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조도를 낮춰 공간 사진을 찍고, 플레이팅이 예쁜 메뉴를 시켜 요리조리 옮겨가며 다각도로 음식 사진을 찍는 못 말리는 SNS 중독. 그런 친구와 만나다 보니 나도 꽤 눈치가 늘었다. 배경이 깔끔하도록 허리를 꾸벅 숙이거나 테이블 위 휴지가 거슬릴 테니 알아서 정리하는 정도의 눈치. 음식이 나오면 섣불리 손대지 않는 건 일찍이 섭렵했다. 그는 항상 마지막으로 내 사진을 찍었다. 나는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어야 할지 자연스레 다른 곳을 바라봐야 할지 어쩔 줄 모르다 눈을 질끈 감는 것으로 찰칵 소리를 견디곤 했다. 한번은 그의 의도가 궁금해 물었다. “내 사진 찍으면 혼자 보고 그래?” 묻는 내 말에 그는 “응. 내 SNS에도 올리고.”라고 답했다.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대답이 튀었다. 내 사진이 그의 계정에 덜컥 얼굴을 내밀고 있다니. 당황스러웠고 낯뜨겁기까지 했다. “왜 내 사진을 올려?” 나의 물음에 그는 다소 엉뚱한 말을 했다. “우리가 뭘 먹었고 어딜 갔는지 알 수 있으니까. 너 우리가 작년 3월에 뭐 했는지 기억나?” 일 년이 지난 일을 다짜고짜 묻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내 핸드폰을 들어 스크롤을 몇 번 내렸다. “작년 3월에 경주 다녀왔잖아. 이때 갔던 식당을 네가 몇 번이나 맛있다고 했었는데.” 그가 내민 핸드폰 화면엔 스파게티 사진과 몸을 어색하게 뒤로 빼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이 살짝 걸쳐 있었다(이땐, 요령이 쌓이기 전이다). 나는 여전히 다이어리로 추억을 남기는 사람이다. 한 글자씩 고심해서 눌러 쓰기 때문에 자필에는 그 사람의 시간이 담겨 있다, 라는 교수님의 말씀 때문인데 이제 보니 그가 예쁜 각도를 찾는 모습에도 그의 시간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글로 추억을 남기는 사람과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사람. 우리는 데이트를 마치고 나서 서로의 기록장에 추억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