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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닥다리 에디 Sep 27. 2022

디카페인 원두로 존중받는 기호와 선택의 다양성

댄싱컵에서 즐기는 디카페인 원두의 맛

하루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눈을 뜨며 출근을 준비하는 아침시간이나, 회사를 향해 집을 나서는 그 순간이 하루의 시작일 수 있다. 누구나 각자 나름대로 자신만의 시작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나의 시작은 어느 특정한 시점이라기보다 하나의 행위, 혹은 의식과 함께 시작된다. 바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그 순간이다. 언제 어디서건 이 한 모금과 함께 비로소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한 잔의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 이후로, 나는 늘 비슷한 일과 속에서 몇 잔의 커피를 거듭 마시게 된다. 점심을 먹고 시원한 커피를 즐기며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지루한 회의 시간에 찾아온 졸음을 쫓으려 한 잔, 그리고 업무상 대면하게 된 상대와 함께 커피 한 잔으로 다소 경직된 분위기를 중화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일상다반사다 보니 평소 너무 많은 카페인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인데, 카페인 섭취를 자제하고자 이따금 찾게 되는 디카페인 커피는 아메리카노에 한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점이 늘 아쉬웠던 차였다.

반면 아내는 나와 달리 평소에 커피를 즐기진 않지만, 커피의 향과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좋아하지만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아내는 커피 한 잔에도 바로 불면에 시달리는, 카페인에 예민한 체질이라서 그렇다. 때문에 다양한 커피 맛을 늘 갈구함에도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만을 이따금 즐길 뿐이었다. 커피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발견한 이곳 ‘댄싱컵’은 나와 아내에게 새로운 커피의 지평을 열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남동 인근에 볼 일이 있어 겸사겸사 아내와 함께 방문한 이곳 ‘댄싱컵’에서 나는 디카페인 원두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커피를 선택할 수 있었다. 종전까지만 해도 디카페인을 기준으로 나와 아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옵션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였으나, 이곳에선 모든 커피들에 대해 디카페인 원두로의 전환이 가능했다. 에스프레소에서부터 카페라테, 카페모카, 콜드브루 등 원하는 커피 음료는 모두 디카페인으로 즐길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그리고 이곳만의 시그니처인 댄싱 커피를 시음해봤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선택한 이유는 아메리카노 원두의 맛 그 자체를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에스프레소 기반에 브랜딩 밀크와 커스터드 크림이 올라간 이곳만의 시그니처 메뉴 댄싱 커피 역시 디카페인 원두와 함께 그 단 맛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서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맛에는 전혀 이견이 없었을뿐더러 되려 기대 이상의 원두 맛을 느낄 수 있었다. ‘High Quality Low Price’라는 댄싱컵의 지향점을 그대로 구현한 듯했다. ‘Low Price, High Quality’라고 표현할 법도 하지만, High Quality를 가격 앞에 배치한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시원한 목 넘김과 함께 무게감 있는 원두의 맛, 그리고 약간의 산미가 은은하게 느껴졌다.

무언가 궁금한 분야가 생기면 한 발 깊이 내딛으며 탐구하는 내 성격 탓에, 디카페인 원두의 추출법이 궁금해서 찾아본 적 있었다. 디카페인 원두를 구현하는 방법에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두 가지 중 직, 간접적으로 생두에 화학 용매제를 사용하여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이 있으나 화학물질을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선호도가 그리 크지 않다. 반면 요 근래 들어 사용하는 방식으로, 뜨거운 물을 사용하여 카페인과 향미 성분을 분리시킨 뒤, 필터를 통해 물에 있는 카페인만 걸러내고 남은 생두 추출물을 이용하여 생두가 지닌 카페인만 용해시키는 방법이 쓰이는데, 이 경우 맛 성분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카페인만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친환경적인 방식인 데다가 99% 가까이 카페인을 제거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이러한 추출 방식을 마운틴 워터 프로세스(Mountain Water Process)이라고 한다.

이곳 댄싱컵의 디카페인 추출법은 두 번째인 마운틴 워터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하니,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방식인 셈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친환경적인 방식임과 동시에 원두의 풍미와 향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는 기법이기 때문에 보다 신뢰할 수 있었다. 일말의 의구심까지 말끔히 추출하여 소거하니, ‘댄싱컵’이라는 낯선 브랜드에 약간의 호감이 더해졌다.

흔히들 요즘을 취향의 시대라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성을 기본으로 한 각기 다른 개성의 서비스와 제품들이 서로 경쟁을 하는 지금, 소비자들은 각자의 기호와 입맛에 맞게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 역시 그 연장선에 존재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댄싱컵이 제공하고 있는 디카페인 원두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한층 더 확장시켜준다. 카페인 섭취가 제한적인 아내에게도 다양한 디카페인 음료의 선택권이 주어진 것처럼, 나는 한 명의 소비자로서 만족한다.

소비자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침체의 길로 점차 접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다고 하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줄이지 못하는 것은 분명 있다. 나에겐 커피가 그렇다. 상쾌한 아침을 위한 의식에서 커피는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자 영감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소비를 줄이더라도 커피는 늘 비슷한 가격대를 선택해왔다. 원두의 품질과 그 맛은 적정 가격 이상이 담보되어야 지켜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댄싱컵 커피를 경험해보니 그 믿음 역시 편견일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만약 브랜드 명을 가리고 블라인드 시음을 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가의 브랜드 커피와 댄싱컵의 커피를 구분할 수 있을까. 나는 자못 궁금해진다.


앞으로도 종종 볼 일이 생겨 연남동에 방문할 때면, 나는 이곳을 찾아 다양한 디카페인 커피 음료들을 하나씩 맛 볼 요량이다. 그 사이 댄싱컵의 커피 맛이, 그 로고가, 이들의 슬로건이 조금씩 대중들에게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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