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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닥다리 에디 Dec 16. 2022

재벌집 막내아들 속 도서, 왜 ‘위대한 개츠비’였을까?

새로운 이야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하여

한창 재미나게 보고 있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주인공 진도준(송중기)이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이 언뜻 스치듯 나온다. 둘째 사위 최창제가 진양철 회장의 뜻에 반기를 들며 시장 출마를 선언하기 전, 그는 마당에서 책을 읽고 있던 진도준과 마주한다. 읽던 책을 덮으며 도준은 고모부인 최창제와 은밀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니 근데 도준이 읽던 저 책 제목은 대체 뭘까.’


읽고 있던 책이 화면에 잡힌 건 찰나였지만, 이리저리 앞뒤로 돌려보며 책의 제목을 확인해본 결과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표지임을 확인한다. 그런데 왜 하필 ‘위대한 개츠비’였을까. 짐작은 가지만 좀 더 면밀한 이해를 위해, 읽은 지 십 년도 더 넘은 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 시절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혹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겸연쩍게도 전혀 기억나지 않으니, 이 때문에라도 한 번 읽었던 책일지라도 곁에 두면서 반복해서 읽어야 함을 느낀다. 다만 이번에 읽은 ‘위대한 개츠비’의 기억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이 책 ‘위대한 개츠비’는 제1차 세계 대전의 승리 이후 엄청난 풍요를 누리게 된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부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이에 반해 도덕적, 그리고 윤리적으로는 타락한 미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으며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성공과 명예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타락과 절망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당대 최고의 수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면모를, 그 안에 담긴 실제 인간성의 극치를 잘 묘사한 덕분이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풍요로운 표현력과 더불어 섬세한 감정선이야말로 이 작품의 묘미이자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 속 세계에서처럼, ‘위대한 개츠비’ 속 세계 역시 커다란 두 그룹으로 양분된다. ‘가난하면 두 달도 못 참는다는 거야?’ 라며 일갈하던 진화영 대표와 더 큰 부를 위해 순양의 후계자를 선택하려는 모현민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지만 빈부의 격차를 강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또는 부와 계층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순응한다는 점에서 ‘위대한 개츠비’ 속 데이지와 묘하게 닮아있다.

진도준 역시 마찬가지다.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한 개츠비와, 순양이라는 거대한 부를 집어삼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진도준의 행보는, 환생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제외하곤 무척이나 흡사하다. 마지막에 결국 쟁취하고자 하는 것이 누구가에게는 사랑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복수라는 점이 상이할 뿐 전체적인 이야기 플롯과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재벌집 막내아들 속 주인공 진도준이 이 책을 읽고 있던 건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맥락이자 어쩌면 작가가 의도한 미묘한 장치였을지 모른다.


1925년에 발표된 소설이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세계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100년 전 주인공 개츠비가 자수성가를 통해서 획득한 기회가, 이번엔 진도준으로의 환생을 통해 주어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차이는 곱씹어볼 만하다. 차곡차곡 계단을 밟고 올라가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암시가, 빈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수단이 맥락 없는 환생이 유일하다는 이 세계의 새로운 원리와 법칙을 확인한다. 마냥 판타지 소설 같지만, 회차를 거듭하면서 확인하게 되는 그 안에 내재된 냉엄한 현실성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묵직한 메시지임을 느낀다.

고전 소설 속 몇 가지 요소를 현대에 맞춰, 또는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했을 때 사람들은 전에 없이 반응한다. 이런 재미난 이야기가 있었냐며. 반면 고전소설은 고전소설대로 고리타분하고, 현대소설은 일방향에 치우쳐져 있으며 새로움이 없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흥행하는 상당수의 영상 콘텐츠들의 원류가 기존의 소설에 기반한 경우를 나는 빈번하게 목도한다. 더불어 우문을 던진다. ‘새로움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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