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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닥다리 에디 Nov 21. 2022

책과 사람, 다른 듯하지만 서로 닮은 두 존재

다시, 그리고 결국 독서모임

1. 저자의 성심성의가, 편집자의 수고로움이 담겨 책은 출판된다. 담당 마케터의 찰나와도 같은 홍보까지 거치고 나면 비로소 책은 혼자가 된다. 사람을 향해 그 표지 한껏 향해 있던 것도 잠시, 이내 서가 한편에 책등만을 간신히 내보이며 선택을 기다린다. 차분히 책을 고르는 누군가의 세심한 손길이 이따금 느껴질 뿐, 가치를 아는 이에게 발견되어 그 안에 담긴 저자의 글들이 온전히 전달되기까지 책의 인생은 외롭다. 나를 알아주는 이에게 가닿기가 이토록 험난하다. 서점 한 귀퉁이에 마치 한껏 가려놓은 듯 구석에 꽂힌 책들을 보면 그런 마음이 동한다. 그 모습이 마치 나와 같다고.


2. 악의로 인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 다만, 새로운 신간에 밀려, 유명한 저자의 책에 치어 점점 구석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서가 한편에 존재할 수 있다는 그마저도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다만, 서운하고 서글픈 마음까지 지우기는 어렵다. 가장 구석에 꽂힌 책에 시선을 보낼 때마다 그런 마음을 느낀다. 그래서일지 모른다. 서점에 갈 때마다 한껏 표지를 드러낸 책들보다 후미진 곳에 서글프게 꽂혀 있는 책들을 굳이 꺼내어보곤 한다. '여기 있었구나.' 세월에 밀려, 연신 계속되는 화젯거리 만발인 책들에 밀려 이곳까지 왔구나 하며, 괜히 뒤적여보게 된다.


3. 시류와 유행은 분명 중요하다.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다.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 고 샤오미의 창업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 바람을 잘 탄다면 사람들이 좀처럼 집어 들지 않는 책도 집어 들게 만드는 힘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시류를 넘어서는 가치를 여전히 품고 있는 책들도 존재하니 나는 그런 책들이 '발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소망한다. 최종 간택을 받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은 채 다만 내재된 가치를 아는 이에게 적확하게 소개될 기회만 얻는다면 난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런 마음으로 그동안 책을 소개해왔다. 이 책에는 이런 가치가 담겨 있노라며 구구절절 읍소하듯.


4.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 함께 책을 추천하며 교류했던 이들이 하나 둘 보이지 않는 점이다.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던 이들의 부재가, 그들의 진정 담긴 책 추천이 아쉽다. 책에 있어서 그런 신뢰는 쉬이 쌓이지 않는다. 물론 지속적인 독서습관이란 게 쉽게 시도할 순 있지만 지속시키기엔 어렵다. 사실 매사가 그럴지도 모른다. 나 또한 책을 소개하는 주기가 점차 길어지고 있던 차였다. 책은, 그리고 독서는 다른 일들에 쉽게 밀려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미리미리 예금 넣듯 예비하고 아침마다 착즙해 버릇해야 하는 일이다. 당장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히게 될 어느 날, 책에서 읽었던 인상 깊었던 몇 구절이 떠오르는 순간과 마주할지 모른다. 독서란 사실 이 찰나를 위한 시간이다. 읽는 만큼 쑥쑥 생각이 자라나거나 성장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5. 나와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의 맛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졌고, 이에 코로나 발발과 함께 중단한 독서모임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각자가 발견한 문장을 함께 읽고 그 안에 담긴 가치를 공유하며 서로 깨친 바를 같이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요량이다. 함께 한다면 더 많이, 그리고 더 깊게 읽고 곱씹을 수 있으리라. 그 준비에 꼬박 2년이란 세월이 흐른 셈이다. 타인의 새로운 시각과 관점, 그것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는 나의 무지와 대면할 준비를 비로소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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