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으로 일하는 방법과 필요한 역량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고 완수하는 데 가장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근래 들어 고민해보게 됩니다. 인내와 끈기를 가장 우선으로 꼽았던 제 젊은 시절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젠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을뿐더러 경우에 따라 이 인내가 독이 되는 경우도 더러 목도하기 때문입니다.
급변하는 업무환경, 그러니까 바로 몇 달 전 설정했던 목표가 삽시간에 바뀌기도 하는 요즘의 환경에서 섣부른 인내는 되려 지양해야 할 수 있습니다. 참는 게 능사가 아닐 테니까요.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동네 산책하듯 시도해보겠다는 아주 가벼운 마음가짐과 언제 어디서건 속도를 올릴 수 있게 만드는 유연한 근육, 그리고 내가 걷고 뛰는 지점이 어디인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팀에 공유하는 습관. 거듭된 고민의 시간을 통해 도출된, 제가 생각하는 ‘업무에 필요한 역량’은 이렇게 세 가지로 귀결됩니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전 ‘나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자 합니다.
개인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와 한계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기업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지향점은 사실 간단합니다. 함께 더 멀리 가기 위해서죠.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알고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팀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더 멀리 가고자 함이 아닐까요. 맡은 업무에 욕심이 있다는 건 분명 개인에게나 팀에게나 이로운 일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실무 역량이 받침 되지 못한 욕심은 개인뿐 아니라 팀 모두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반대로 나의 의지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상사가 시켜서’ 등의 이유를 언급하는 조직의 경우, 무엇보다 팀 내 소통 문화에 보다 심도 높은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스스로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시도는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 시간들이 축적되어야 자신만의 틀을 깨고 한 단계 높은 시야와 능력이 장착된다고 저는 믿거든요. 그러나 그러한 시도 역시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전제되어야 선순환을 그릴 수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무모한 도전으로 귀결되는 경우는 피해야 하니까요. 이는 작은 성공들을 통해 일에 재미를 느껴야 할 주니어들에게 특히나 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열심’이 생산성과 비례하던 시절은 이미 저물었다고 봅니다. 열심을 들이기 전에 주도면밀한 파악과 간결한 시도,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를 늘 감안하며 자신의 업무를 팀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공유하는 습관이 전제될 때, 비로소 한 명의 팀원으로 조직의 생산성 전체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회사라는 커다란 팀의 일원으로 일하면서 우리가 이러한 역량들을 개발해야 하는 까닭은, 이러한 능력들이 비단 회사 안에서만 요긴하게 활용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으로 자신만의 무언가를 도모하거나, 머지않은 훗날 큰 뜻을 펼치고자 할 때, 타인과 더불어 일해야 하는 환경에서 그간 쌓은 나의 역량은 요긴한 무기가 되어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내와 끈기가 종국에 더해진다면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셈 아닐까요.
저 또한 저만의 무기를 갈고닦으며 때를 기다리고자 합니다. 결국은 맞이하게 될 최후의 끝판왕을 앞에 두고 호주머니에서 굉장한 무기를 꺼내놓을 그날을 상상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