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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리 Dec 05. 2023

우리는 이른 나이부터 차로 데이트합니다.

곧 부부, 같이 일해요 (9)

제목만 보고서는 '어릴 때부터 차있대' '자랑하는 거 아니야?'라는 추측을 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의 글은 이른 나이에 차가 있으면 좋은 이유를 알려드리기 위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스물한 살의 나이에 우연한 계기로 차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10년 동안 타고 다니시던 차를 바꾸게 되면서 제가 그 차를 물려받게 되었는데요, 생각보다 쌩쌩 달리는 차를 3~4년 동안 몰고 다니면서 새 차의 유혹을 받기도 했고, 은근 손 갈 곳도 많아서 수리비도 엄청 들이고 있습니다.


뚜벅이 시절에서 연애를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뚜벅이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지만, 차가 있으면 가장 좋은 점은, 차를 아지트로 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차에서 음악을 틀어놓거나, 누워서 잘 수도 있고, 진지한 고민 이야기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차에서 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밖에서 사람들이 들을 수 없고, 주변 소음은 최대한 차단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물론 운전을 하면 체력 소모가 많이 되어서 한 날은 뚜벅이로 부산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차를 타고 다닐 때보다 더 많이 걷게 되고, 교통수단을 기다리고 '역'까지 가고, 부수적인 이동시간이 에너지 소모를 더 시키더라고요. 그날 이후로는 뚜벅이보다는 차라리 차를 타고 가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감사히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점은 멀리멀리,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출근하는 평일에는 항상 집 - 운동 - 일 사이사이 회사 근처의 카페 (대부분은 스타벅스)에만 머무를 수 있어서 주말에는 꼭 동네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놀러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평일에는 차 주인인 제가 운전을 하고, 주말에는 대구 내에서 이동하면 서비가 운전하고 장거리는 번갈아서 운전을 합니다. 가장 만만한 건 1시간 거리에 있는 경주였는데, 최근에는 2시간 거리의 부산도 왔다 갔다 하면서 조금씩 가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입니다.


연애하는 사람들의 패턴에 맞춰보아야 합니다. 저희는 파워 활동적인 커플이고 아직 같이 살지 않기 때문에 집 밖을 사랑하고, 심지어 새로운 공간을 발굴하는 것들도 사랑합니다. 주말에는 다른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하는 행위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자동차가 필요한 입장입니다. 하지만 집순이 거나, 주말에 짧게만 만나거나, 집 주변에만 있는 게 기가 덜 빨린다는 커플들에게는 오히려 자동차가 짐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연례행사로 여행을 떠나는 커플과는 다르게 저희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장거리 운행을 떠나고 있으니, 차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같이 살게 된 이후의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아요. 오히려 집 안에만 처박혀서 집안일하고, 홈파티하는 것이 더 체질에 맞게 될 수도 있고, 집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바람 쐬고 오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 있어서 저희는 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혹여나 차를 살까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특히 연인이 있으신 분들) 한번 깊이 고려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새로운 곳들로 많이 데려다줄 수 있을 거예요. 경험이든, 사랑의 깊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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