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부부, 같이 일해요 (24)
안녕하세요. 입사 시기는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2024년이 지나고, 4개월이 흘렀습니다. 저희는 8월 말까지 일을 할 예정이라서 이제 퇴사가 절반 남았습니다. 마치 '물이 반이나 남았네'와 '물이 반 밖에 남지 않았네'의 화법차이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언제 퇴사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 퇴사할 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몇 주 전까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용기가 없었습니다. 퇴사한다고 말하면 세상이 저에게만 손가락질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한마디 던지니까 세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예전 글에서 주변 사람에게까지 퇴사한다고 말할 용기가 안 난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별 거 아니더군요. 아 그래? 혹은 언제?라는 말로 친구들은 화답했습니다.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 기억하세요. 내가 수고했으니 이만큼이면 됐다 싶으면 그만둬도 괜찮습니다. 미련만 안 남으면 되어요.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나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전부 퇴사에 대한 고민은 가득한데, 실행할 용기가 없으신 분들이 많았어요. 저도 공감합니다. 건사해야 할 가족이 있다거나 아직 타이밍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섣불리 선택하지 못할 결정이겠지요. 퇴사하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실행하지 못한다면 현실에 타협해야지요. 하지만 현실과 타협도 어렵고 타협에서 벗어나겠다고 말만 하고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오히려 도전해야 합니다.
퇴사를 하는 이유를 깊이 들여다보세요. 힘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안 됩니다. 여기가 힘들다고 다른 곳은 힘들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요. 차라리 '왜 힘든지'를 생각해 보세요. 혹은 '지금보다 덜 힘든 곳으로 가고 싶어서'가 이유라면 가능합니다. 다음 일자리에서 '또 힘들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래도 지옥 같았던 지난번 직장보다는 덜 힘들어'라는 마음가짐이 될 거니까요. 제 목표는 다음 직장에서는 덜 일하고 지금과 같은 보수를 받는 것입니다. 퇴사의 이유를 생각하고 개선점을 찾으면 정신적으로도 덜 힘들고 건강해진다는 느낌이 들 거예요.
그리고 퇴사 후에 어떤 노력을 할지 적어보세요. 저의 경우, 이직 준비 기간을 설정했고 그 사이에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어서 해볼 생각입니다. 파트타이머와 글쓰기를 겸하면서요. 저는 생각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파트타이머로 일할 생각입니다. 퇴사를 하기 전부터 이직 준비기간을 잡아보셔도 좋습니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거예요. 위와 같이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퇴사를 하지 못한다면 이직 준비 기간은 더욱이 가지지 못할 테니, 정신을 갉아먹을 에너지를 쓸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든, 자기 계발을 하든, 몸을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저는 퇴사 선언을 5개월 전에 했던 입장이라서 지금이 가장 고통스러운 기간입니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가장 방심을 할 수 있는 때가 결승선 코앞이잖아요. 결승선이 눈앞에 보이지 않을 때에는 그래도 앞만 보면서 달리면 되는데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긴장이 풀리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번 퇴사가 저 혼자만의 오랜 마라톤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결승선이 보이는 지금부터라도 '얼마 남았지', '힘들다'라는 생각보다는 주변에 핀 꽃들도 보고,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호응도 하고, 이전과 같은 속도보다는 덜 치열하게, 하지만 꾸준하고 천천히 달려보려고 합니다. 다음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까지 지금껏 달려왔던 경기를 곱씹어 보려고요.
퇴사를 하는 이유는 수만 가지입니다. 저도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여러 가지 퇴사의 계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정작 퇴사를 미루면서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그게 건강 문제로 이어지면서 몸 밖으로도 표출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정신 단련과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잠도 푹 자고, 고민할 시간을 딴생각으로 채우면서요. 사람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입니다. 저의 스트레스 해소 창구입니다. 글을 쓸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