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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리 Apr 30. 2024

출근 전 매일 맨발로 걸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부부, 같이 일해요 (23)

안녕하세요, 오늘은 맨발 걷기를 하다가 썼던 일기의 한편을 글감으로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맨발 걷기 (earthing)은 신발과 양말을 다 벗어던지고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흙길을 걷는 행위입니다. 어릴 적에는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도 많이 하고 흙 파서 놀았는데 요즘 놀이터에는 흙이 잘 없는 거 같아요. 이런 어릴 때 놀았던 기억을 토대로 저는 자연을 좋아하고, 흙과 한 몸이 된다는 의식이 참 와닿아서 처음부터 거부감 없이 맨발을 내어주었습니다.


"맨발 걷기를 하면 신발의 불안정함이 줄어들어서 더 자유로워진다. 쪼그려 앉아 공벌레를 사람들에게 밟히지 앉는 풀숲으로 옮기기도 하고, 이미 밟혀버린 벌은 더 이상 밟히지 않길 바라며 풀숲에 보내주고, 어린아이처럼 달리면서 벚꽃 잎을 잡기도 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벌레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더군요. 벌레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없는 터라, 공벌레나 지렁이들을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바닥을 잘 살피며 걸을 때면 어김없이 공벌레가 이리저리 기어 다니고, 이미 죽은 벌들도 바닥에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지나갈 때 편하라는 뜻도 있고, 더 이상 밟히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에 저기 멀리 풀 숲으로 보내줍니다.


실제로는 항상 바닥만 보고 걸을 수 없으니 걸어가다가 벌에 쏘인 적도 있습니다. 따끔하더니 바늘이나 압정에 찔린 느낌이 들더라고요. 죽은 벌은 이미 침을 사용했으니, 잠깐 바닥에서 쉬고 있던 벌을 밟았나 봅니다. 빠르게 검은 침을 뽑고 연고를 발라주었어요. 원래 그들의 영역을 우리가 잠시 빌려서 쓰는 거라 주객전도가 되어 버린 것이 미안하다는 마음과 동시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흙길에 오릅니다. 좀 같이 쓰자! 조심히 쓸게! 


"벚꽃잎을 한 번 잡아보니까 그다음이 어렵지는 않았다. 앉아서 스트레칭하고 쉬는데 바람이 훅 불었고 이번에는 내가 팔을 뻗지 않아도 꽃잎이 나에게로 왔다. 그것도 한 번에 여러 장이!"


봄이 당도하니 벚꽃 길이 펼쳐지더군요. 2년 전에 잠시 맨발 걷기를 했을 때에도 벚꽃잎과 조우했었는데, 2년 만에 다시 만나니까 조금 더 신이 났어요. 2년 전보다는 지금 조금 더 자유롭고 마음이 덜 심란한 상태라서 그런지, 머리도 맑고 영혼도 맑아져 있거든요. 어린아이마냥 벚꽃 잎을 잡으러 뛰어다녔습니다. 처음에는 잡는 게 어려웠는데 그다음에는 요령이 생겨서 하나, 둘 잘 잡았어요. 손에 팔랑팔랑 떨어지는 벚꽃 잎이 예뻐서 가만히 들여다봤습니다. 색이 오묘한 분홍색이라서 예쁘더라고요.


앉아서 스트레칭을 하며 쉬고 있는데 바람이 불면서 벚꽃 샤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바람처럼 뛰어다녀도 손에 잘 들어오지 않던 벚꽃 잎이 가만히 앉아서 바람을 느끼니 벚꽃 잎이 온몸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그 꽃잎이 행운이라고 생각해 봤다. 열심히 뛰어다니든, 가만히 있든 행운은 언제나 나한테 오는 거다. 너무 안 와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얻으려고 욕심내 팔을 뻗는 것보다 가만히 주변에 귀를 기울이면 행운은 내 가까이에 있으니까!"


꽃잎을 한 장 한 장 세면서 다 저에게 오는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팔다리 쭉쭉 뻗어서 잡으려 했던 행운은 가만히 있어도 저에게로 옵니다. 툭툭 털고 일어날 수는 있어도 내 몸에 붙은 벚꽃 잎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행운을 붙잡는 것이 필요하겠더라고요.


맞아요, 이런 마음가짐이 저에게는 필요했습니다. 퇴사선언을 하기 전까지는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제 주변에 맴도는 벚꽃잎 같은 행운들을 다 털어내 버렸어요. 부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니 점점 바람도 불지 않고, 벚꽃을 잡으러 뛰어다니지도 않았어요. 퇴사를 했으니 긍정적인 마음을 되찾자는 말이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더 이상은 바닥으로 숨으려 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맨발 걷기를 하면서 얻은 좋은 영향력이 많이 있습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기분 전환도 할 수 있고 걸으면서 잡생각들을 붙잡아 정리도 할 수 있고요. 꼭 맨발 걷기 뿐만이 아니라 하루의 내 루틴이 될 수 있는 한 가지를 꾸준하게 하다 보면 그 속에서 변주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나의 하루가 쌓여서 내일의 내가 된다는 원리를 저는 굳게 믿습니다. 오늘의 나와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내일의 저는 더 당당해질 수 있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퇴사하는 이유를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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