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께
가족을 모빌로 비유해 보면.. 아빠나 엄마의 진동이 자녀에게, 때론 자녀의 진동이 부모에게 영향을 미치는 듯합니다. 예를 들어 아빠가 보너스를 받으면 기쁘고 좋은 일이 가정에 생기고,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하면 가족들도 그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처럼요.
교실도 '진동'이 있습니다. 교실도 모빌로 비유해 보면, 학생들이 만드는 진동이 있고 담임인 저는 모빌의 위에 자리해 더 큰 진동을 만들고 있는 듯합니다. 학생들이 - 진동을 만들 때도 있지만 제가 강한(?) +진동으로 상쇄시키고 학생의 - 진동도 천천히 + 쪽으로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건강과 심리적 안정 그리고 행복과 자존감은 제 것뿐만 아니라 반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잘 관리하고 하루를 잘 살아야겠단 생각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요즘엔 전국의 학교 전반적으로 담임의 진동보다 학부모님 진동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을 봅니다. 교실이란 모빌이 툭 건드려져 담임과 학생 모두가 원치 않은 진동을 경험하게 되고 그 진동이 잔잔해져 다시 안정적으로 모빌로 자리 잡는데 시간이 걸리곤 합니다.
응원하고 믿어주고 조언해 주는 등의 부모님의 + 진동에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만, 어쩌다 발생한 - 에 해당하는 진동은 + 보다 몇 배로 강하게 교실을 흔들어 버리는 일을 저도 경험할 때도 있었고 세상의 많은 교실에서 발생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제안드립니다. 제가 반 아이들을 몇 번이나 믿어주고,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기다려주는 것처럼.. 우리 반 학부모님도 저와 함께 자녀와 자녀의 친구들이 불완전함을 인정해 주시면서.. 일이 생기면 미움보다는 용서를, 처벌보다는 기회를 주면서 남은 2학기를 보내면 어떠실까요. 용기 내어 요청드려 봅니다.
부모님의 사랑과 넉넉함이 자녀에게 이어져 친구들을 넉넉하고 이해하는 눈으로 살아가기도 하지만, 가끔 부모님의 자녀의 친구에 대한 미움이 자녀들에게도 전달되어 친구를 미움과 불신으로 바라봐 매듭 풀기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저 나름 여러 노력을 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있어 학생들 사이의 매듭도 풀어보고, 교실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보려는데.. 가끔 기다림에 지쳐 교실이란 모빌을 부모님이 손으로 툭 건드리는 일이 생길까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모든 변화엔 시간이 걸리니.. 천천히 천천히 자녀와 자녀의 친구들과 제 교실을 믿어보면서 함께 다독이고 함께 응원해 보시게요. 그래서 미움과 불신보다 화해와 이해의 교실을 함께 만들어 보시게요.. 더 큰 힘으로 누르려는 해결방식은 언제나 더 큰 싸움을 불러와 모두를 파괴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저와 함께 사랑과 기다림과 용서와 믿음으로 제 교실 뒤에 그리고 제 어깨 위에 손을 올려주시고 든든하게 함께 해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할 듯합니다. 자녀와 우리반 학생 모두를 조금만 더 따뜻하게 바라봐 주세요.
저 또한 매일 아침 마음을 다잡고 반 아이들을 더 사랑하고 감싸는 마음으로 생활해 보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