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팥쥐아재 Mar 31. 2022

가치 있는 삶

고마운 아버지

어릴 때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꿈을 반대하셨다. 중학생 때는 작가나 엔지니어, 고등학생 때는 과학과 문학을 좋아하는 체육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반대하셨다. 


아버지는 아주 어린 나이일 때부터 일을 하셨다. 정확히 13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였다. 딱히 기술이나 능력이 있었던 게 아니었기에 여름에는 땡볕에서, 겨울에는 한파를 맞으며 일했다. 훗날 기술을 갖추었어도 환경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기름 묻은 작업복에 열악한 환경, 평생을 그렇게 일하셨다. 때문에 아들들만큼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고 따뜻한 온풍기가 가동되는 사무실에서 멋진 양복을 입고 일하기를 원하셨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이 직접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들을 통해 이루셨다.


분명 어릴 때는 아버지를 원망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할 때마다 그 원망이 커졌다. 아버지와 함께 산다면 나는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내 인생을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출 아닌 가출을 한 적도 있다.


나이가 차면서 조금씩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부자간 사이가 가까워진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술 한 잔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대뜸 그때 내가 하고 싶어 했던 일들을 하지 못하게 한 게 후회된다고 하셨다. 축구 유니폼을 내팽겨 친 날도, 밥상에서 소리친 날도 무척이나 후회하고 계셨다. 그럼에도 장학금까지 받으며 대학을 다니고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서 고맙다고 하셨다. 내 기억으로 아버지는 우리 가족에게 사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아버지가 나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고 계셨다. 그날을 계기로 아버지에 대한 앙금이 다 사라졌다.


물론 그때 축구를 계속했더라면, 공업고등학교로 진학했더라면, 글을 쓰거나 체대생이 되었더라면 내 꿈은 이뤘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 내 삶에 가장 큰 행복을 주는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 삶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꿈을 향해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지 못할 수도 있고, 여전히 아버지와 갈등하는 사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며칠 뒤 아버지께 지금 내 인생에 만족하며 더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더 이상 미안한 마음 가지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었다. 진심이 잘 전달되었는지 다행히 지금 아버지는 더 이상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시는 듯하다.


문득 어릴 때 내가 쓴 글을 보며 좋아하며 칭찬해 주시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글을 처음으로 인정해주셨던 분이 아버지가 아닌가 싶다. 그 덕분에 내 비전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글"이 되어 있는 것일지도...... 아직은 멀고 먼 꿈이지만 아버지 살아생전에 꼭 그 꿈을 이루고 싶다. 꼭 아버지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진정 원하는 내 꿈을 위해 오늘 하루도 성장하며 보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성장하고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