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사랑이다
내가 집에 있을 때면, 아빠를 쟁탈하기 위한 아이들 사투가 시작된다.
그나마 첫째는 초등학생이 되어서 그런지 덜한데,
둘째와 셋째는 내 무릎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특히 셋째는 질투가 너무 심해 둘째가 내 무릎에 앉아있으면
형을 끌어내리기 위해 울고 불고 난리를 친다.
가끔 둘째 머리채를 쥐어 잡고 흔들기도 한다;;;
아기들은 힘 조절이 안 돼 전력을 다해 흔들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그래도 둘째가 참 착한 게, 동생이 아무리 자신을 괴롭혀도 웃어넘길 줄 안다.
양보도 잘하고 동생을 참 예뻐라 한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나 어떤 때는 그게 너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안 그래도 둘째는 중간에 껴서 부모님 사람을 많이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우리 사랑까지 양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째를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해주려 노력한다.
내가 많이 부족한 걸 알기에 한 번이라도 더 표현하려 한다.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탈 때면 첫째와 둘째가 앞자리를 차지한다.
예전에는 서로 아빠 옆에 앉겠다고 다투기도 했으나,
이제는 오갈 때 번갈아 타거나 서로 양보해 주기도 한다.
아주 사소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배우며 성장한다.
기특하고 감사한 일이다.
잠깐 아내님이 놓고 온 가방을 가지러 집으로 간 사이 셋째를 안고 탔다.
그간 차를 타면서 내가 운전한 걸 봐왔는지
제법 자연스럽게 핸들을 잡고 운전 놀이를 한다.
"아빠, 온이 운전 잘한다!"
옆에서 지켜보던 둘째가 기쁜 듯 말한다.
저도 아빠 무릎에 앉아 운전 놀이를 하고 싶을 텐데 동생이 하는 모습을 그저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조금 전에 머리채를 잡혀 놓고 금세 잊었나 보다.
바보 같이 사랑스럽다.
나중에 외출을 다녀와서 둘째도 꼭 하게 해 준다고 약속했는데,
이 놈의 머리는 그새 약속을 까먹고 말았다.
사진을 보는 지금 이 순간에서야 그 약속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머리채 잡힌 건 금세 잊어도, 아빠와 한 약속은 잘 잊지 않는 법인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단순히 건망증이 심해지는 건지,
혹은 아이와 한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돌이켜 반성해 본다.
다음 주에 집에 가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겠다.
아이들과 한 약속이라면 아주 사소한 것도 꼭 지켜야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다.
눈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무릎에 앉혀 정수리 냄새를 맡으며 책을 읽어주고,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드게임도 함께 하고 싶다.
2주마다 보는 아이들이 놀랍도록 커있는 모습에 놀라지 않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