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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팥쥐아재 Oct 04. 2022

물건뿐만 아니라 마음도 비워간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미니멀라이프

생긴 거 답지 않게 깔끔한 성격인 나는 청결상태에 민감한 편이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PC와 달력만 올려져 있고 필요 서류와 필기구 등은 서랍에 넣어 둔다. 일 하는데 불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집중이 잘 되지 않기도 하고, 정말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구분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한 탓이다. 대부분의 서류는 내 일에 도움되지 않고 장기간 한 번도 열어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번 정리를 하고 유지하기만 해도 불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많은 책에서도 정리정돈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간혹 다른 사람들의 책상을 볼 때면 현기증이 난다. 특히 온갖 잡동사니를 쌓아둔 신입은... 휴... 괜히 말 꺼내면 꼰대가 되겠지...


사무실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이다. 덕분에 아내님은 집안일을 덜어 좋아한다. 오히려 나를 더 이용(?)해 먹으려고 할 때도 있다. 여하튼 5년 전부터 아내님도 미니멀을 시작하면서 정리정돈의 달인이 되었다. 덕분에 우리 집은 아이들이 청소기를 대충 밀고 돌돌이로 장난을 쳐도 청소가 될 정도로 깔끔하게 유지된다. 물론, 최대 난적은 존재한다.




우리 막둥이는 먹성이 좋다. 자기 음식을 다 먹고도 누군가 음식을 먹을라치면 쏜살같이 달려든다. 잘 먹는 모습이 예뻐 음식을 나눠주다 보면 내가 먹는 것보다 셋째가 먹는 양이 더 많다. 정확히는 먹다가 흘리는 양이 더 많다. 첫째와 둘째 때만 해도 아이들이 흘리는 음식에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이유식을 먹일 때도 최대한 흘리지 않게 신경 썼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며 행복함을 느끼기보다 흘리는 음식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더 컸다. 아빠 자격 미달이다. 다행히 첫째를 키우며 내공이 쌓아고, 둘째를 키우며 익숙해졌다. 셋째에 다다라서는 아이가 흘리는 음식에 의연해졌다. 이제는 아이가 음식을 먹다 주변을 초토화시켜도 괜찮다. 오히려 얼굴에 잔뜩 묻히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더 예쁘게 보인다. 이제야 아빠 자격을 갖춰가는 거 같아 첫째와 둘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줬을 텐데...



음식을 먹을 때는 흘리지 않고, 주변은 항상 말끔하게 정리 정돈하는 게 좋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많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는 일, 아이들이 어지럽힌 것에 화내지 않는 일(물론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을 때는 함께 정리할 것), 물질보다 마음에 더 집중하는 일이 바로 그런 것이다. 


오랫동안 미니멀 라이프 카페에 글을 쓰지 못했다. 최근 들어 물질에 마음을 빼앗기고, 잡념을 비워내지 못해 글을 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면 조금씩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는 비움에 관한 글을 진솔하게 쓸 수 있을 거 같다. 조금 더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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