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팥쥐아재 May 18. 2023

좋아하는 것

드래곤 길들이기? 그림 그리기


동서양 어느 고전을 봐도 용만 한 존재가 없다. 개인적으로 드래곤을 좋아하기에 아이들에게 판타지 이야기를 해줄 때 항상 끝판대장으로 등장하는 것은 드래곤이었다. 비슷한 레벨로 주작, 현무, 백호, 가루다 같은 애들도 등장시키지만 어쩐지 청룡이 더 끌리고, 서양 판타지물이 섞이면 형형색색 드래곤이 정점에 서있었다. 모든 종을 뛰어넘는 신체능력과 마력, 신에 필적하는 존재로 묘사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동경심이 절로 생긴다. 그런 마음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첫째는 드래곤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학교 숙제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집안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있느라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영상을 찍어 보내달라고 요청하셨다. 아이에게 숙제를 설명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곤충, 책, 그림 그리기 등 자신이 좋아하는 걸을 쭉 나열했다. 영상을 찍기에 그림 그리기가 가장 좋을 거 같았고 아이도 이에 동의했다. 이면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아이를 자연스럽게 영상으로 담았다. 그림을 다 그린 후 아이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드래곤을 잘 그린다는 점, 예전부터 드래곤을 꾸준히 그리다 보니 그림 실력이 더 늘었다는 점, 이번에 그린 건 '독 드래곤'인데 모든 능력, 특히 강력한 이빨을 이용한 독 공격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설명했다. 영상촬영을 끝내고 오랜만에 편집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미숙한 실력이지만 아이 모습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애썼다. 완성본을 가족들에게 보여주자 모두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선생님께 보내드렸다.


다음날 첫째는 학교에 다녀와서는 내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영상을 보여주셨다고 한다. 친구들이 첫째의 드래곤을 너무 좋아했고 선생님께 영상을 더 보고 싶다고 졸랐다고 한다. 아이들 요청에 영상을 한 번 더 틀어주었는데, 첫째는 자신의 영상만 특별히 한 번 더 봤다며 매우 즐거워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과 설명하는 모습을 찍고 편집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나에게도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


아이 알림장에서 일러스트 공모전을 보았다. 책을 읽고 내용을 상상하여 그리기였는데 아이와 아내와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요즘 첫째는 초한지와 삼국지에 빠져있는데 어떤 장면을 선택해서 그림을 그릴지 궁금해진다. 아이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결정해야겠다.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하나씩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게 늘어남에 감사한 하루를 보낸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어쩜 형아들이랑 똑같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