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팥쥐아재 Jun 12. 2023

틀려도 괜찮아~

더 오래, 더 많이 틀리면 좋겠어

요즘 셋째는 자립심이 생기는 건지 뭐든 혼자 하려고 한다. 하긴, 형이 둘이나 있는데 셋째가 보기엔 무슨 일이던 알아서 척척하는 형들을 보면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들만도 하다. '텔런트코드'라는 책에서 보면 운동선수들 중 셋째 비중이 높다는데 어려서부터 형, 누나들을 따라잡으려 하는 행동이 신체를 강화하고 발달시키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는 짓이 맹해서 운동신경은 별로 없을 거 같긴 한데 젓가락질이나 킥보드 타는 건 두 돌이 되기 전부터 했으니 다른 분야도 가능성을 지켜봐야 할 거 같다.


날이 더워지면서 곤충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첫째와 둘째는 한시도 집에 있으려 하지 않는다. 틈만 나면 공원이나 집 앞 화단에 나가 달팽이며 지렁이, 개미와 같은 곤충을 관찰한다. 셋째도 거기에 끼고 싶어 말릴 틈도 없이 형아들을 따라나선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혼자 나가는 건 무섭다며 신발을 신겨주고 손을 잡아야 집을 나서던 녀석이 많이 변했다. 이번 주말에도 나보다 먼저 나가 킥보드를 대기하고 있는 녀석 덕분에 신발을 제대로 신었는지 확인할 틈도 없이 출발했다. 공원에 도착해 두어 바퀴쯤 돌고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려는데 셋째의 신발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과 왼쪽 개념이 없는 아이는 신발을 바꿔 신었다. 그럼에도 불편하지 않는지 잘만 뛰어다닌다. 내가 유심히 보지 않았다면 바꿔 신었는지도 몰랐을 거다. 스스로 신발을 신고, 조금은 벅찬 형아들의 속도를 따라다니는 셋째를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었다. 아마도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는 자신의 속도에 맞춰 성장해 나갈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과 아이의 실제 모습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함께 성장해 나가야겠다.


좌우가 뒤바뀐 신발을 보면서 이걸 다시 바르게 신겨줘야 하나, 아니면 그대로 둬야 하나 혼자서 갈등했다. 혼자서 신은 걸 칭찬하고 인정해야 할지, 아니면 안전과 편안함을 위해 바르게 신겨줘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둘째 말처럼 반달모양이 바깥으로 가게 신어야 한다고 알려주고 바르게 신겨주었다. 그러고 보니 둘째는 언제까지 신발을 바르게 신겨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첫째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셋째 역시 내 손이 가지 않게 신발을 바르게 신는 날이 오겠지. 형아들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아이라 그날이 더 빨리 다가올 거 같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거꾸로 신은 신발에도 기쁨을 느끼고, 내 손보다 작은 아이 발에서 신발을 벗겨 바르게 신겨주는 즐거움이 조금 더 오래가면 좋겠다.




셋째뿐만 아니라 둘째도, 첫째도 하는 일이 서투르거나 틀려도 괜찮다. 나나 아내님도 마찬가지다. 틀린 것을 바로 잡을 줄 아는 사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좌우가 뒤바뀐 아이 신발을 보고 기뻐했듯이 타인의 실수와 실패에 관대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하며 성장하는 하루를 보낸다. 늘 그랬듯이 아이들이 나에게 가장 큰 스승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좋아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