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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pr 30. 2024

우리는 항상 죽음이라는 두 글자를 쥐고 산다

어제는 집 근처에 있는 붕어섬이라는 곳에 다녀왔다. 

마침 날은 좋았고 바람도 상쾌했다. 그곳을 택한 건 전날 통화했던 지인이 붕어섬에 같이 가자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각기 따로 가기로 했다. 붕어섬은 그동안 방송으로 많이 보기는 했으나 막상 가지는 못했던 곳이다. 붕어섬이라 이름 붙은 건 산 위에서 보았을 때 모양이 붕어처럼 생겨서라는 말을 들었다. 이전에는 배를 타고 가야 했으나 지금은 출렁다리를 놓아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다. 붕어섬의 첫인상은 잔잔하면서도 편안한 곳이었다.      



섬 안쪽을 걷다 보니 한결 마음이 여유로웠다. 조경에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개했던 꽃이 조금씩 시들고 있었지만 별로 중요하지는 않았다. 밖에서는 보았을 때는 작으리라 생각했건만 막상 안에 들어가서 보니 제법 큰 섬이다. 우리는 한적한 곳에서 새들이 우는 소리를 마음껏 감상하다 왔다. 나와서도 데크를 따라 옥정호 주변을 돌았다. 만개한 유채꽃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곤줄박이가 아쉬운 듯 우리를 따라오며 울었다.       


사실 이곳은 얼마 전 지역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되었던 곳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필 내가 갔던 날, 건설사 대표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정확히는 다녀오고 난 후에 그 사실을 알았다. 내가 갔던 그곳은 꽃이 만발하고 참 편안했는 데 그이는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기사를 검색해 보니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마음고생이 심했으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금 압박까지 심했다고 한다. 아마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끝날 것이다.      


그가 마주한 마지막 하루는 어땠을까?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다 보면 지난날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뉴스를 보니 태양광 사업 때문에 편의를 받은 사실로 검찰 조사가 있었단다. 최근 들어서는 자재가격 인상으로 자금 압박을 받았다는 내용도 있었다. 아마도 그는 삶과 죽음을 쥐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지막이라고 느꼈을 때 그 한쪽을 놓아버렸을 터였다. 황망한 사실을 접한 가족이나 지인들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동물 가운데 포유류 중 영장류는 공감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중 인간만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타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그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고유한 능력인 셈이다. 잠시 나는 얼마나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살았나 반성해 본다.     

아직 한참 멀었다.      




감사가 더해지면 어떤 일이라도 

더 정성스러워진다 

당연한 일이라도 그가 없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더 정성스러워진다 

당신이 돈을 주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버스를 타는 일도 

당신 혼자의 힘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과 손이 만나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정성과 정성이 모여서 

당신에게 오는 것이다 

감사만으로 한참 부족한 일들은 그렇게 온다

       - 정성스러워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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