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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Jun 09. 2024

천연기념물보다 귀한 하늘소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16년만에 발견된 희귀생물이라는 썸네일을 보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16년만에 발견이라니 했겠지만 나는 이 문구를 보는 순간 그게 무엇일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대략 350여 종의 하늘소가 산다. 이 하늘소는 외래종이 아닐까 할 정도로 실물을 본 사람이 거의 없는 하늘소이다. 심지어 하늘소 도감에도 사진이 없을 정도로 전설의 하늘소라 불린다. 


이 희귀한 하늘소의 이름은 솔곤봉수염하늘소이다. 

나는 이 하늘소를 이전에 강원도에서 보았다. 나비를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무를 벌채한 곳이 있었는데 그곳을 잠시 들르게 되었다. 해는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어떤 하늘소들이 있나 싶어서 쌓인 나무들을 보고 있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늘소 몇 종을 만나서 사진을 찍었다. 그때 같이 갔던 일행이 마치 뱀에 물리기라도 한듯이 소리를 질렀다. 



                                                                   솔곤봉수염하늘소



우리는 깜짝 놀라서 다가갔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칙칙한 느낌의 하늘소 한 마리가 있었다. 그는 무려 18년만에 보았다며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잠시 후, 암컷 한 마리가 다시 날아왔다. 그런데 모양이 특이했다. 일반적인 하늘소보다 더듬이가 몇 배는 길었기 때문이다. 무려 18년만에 만난 하늘소라니, 천연기념물보다 더 귀하다는 하늘소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 흥분했다. 시내까지 다시 가서 랜턴을 사서 그 자리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가면서 몇 마리를 더 발견할 수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달려갔다. 하지만 우리 운은 거기까지였다. 그래도 암수 모두를 본 게 어디냐 싶었다. 그때 찍었던 하늘소 사진과 지역을 함구했던 건 우리끼리의 약속이었다. 희귀한 생물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발빠른 이들이 또 얼마나 망칠까 하는 우려가 따랐던 게 사실이다. 사람의 손을 타면 아무리 개체수가 많아도 사라지는 건 금방이다. 우리끼리 장소에 대해 함구했던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이 사진은 솔곤봉수염하늘소는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귀한 금빛얼룩하늘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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