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랑, 사랑을 부르는 도시

by 산들


나트랑 아이리조트 머드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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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온천, 이것 때문에 나트랑을 찾는 이도 있을 것이다. 시내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나트랑 아이리조트의 머드온천은 여행객만이 아니라 현지인도 즐겨 찾는 곳이다. 일단 한눈으로 보기에도 규모가 상당하다. 몇 개의 수영장을 포함해서 간단한 워터파크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서 아이를 둔 가족 단위 여행객이 선호하는 곳이다. 제법 깊은 곳이 있기는 하지만 안전요인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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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온천은 수영장을 포함해서 1인당 36만 동. 베트남 물가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 편이다.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거나 직접 방문할 수도 있다. 방문 시 주의할 점은 온천에 입장할 때 구입했던 입장권을 잘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입장권은 머드온천 구역을 들어갈 때 필요하다. 나의 경우,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머드온천 입구에 갔는데 갑자기 표를 달라는 거다.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분명히 입구에서 표를 받고 들어올 때 보여주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다시 사물함에 가서 찾아봐도 도무지 표가 없다. 이걸 카운터에 이야기해서 해결해야 하나 말아야 고심하던 끝에 다행히 아내가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이렇듯 일단 들어왔다고 함부로 표를 버리면 이 지역의 하이라이트인 머드온천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영장은 이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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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이 머무는 시간

머드 온천을 즐길 시간은 20분 남짓이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 보니 큼지막한 사각통이 군데군데 보인다. 사람들이 들어앉아 있는 것도 있고 빈 것도 있다. 직원은 능숙한 솜씨로 수도꼭지를 틀더니 아마도 온천물에 진흙을 탔음직한 물을 사각통에 가득 채워준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황톳빛 진흙물이 통 안에 가득하다. 매끈매끈한 진흙물에 온몸을 푹 담그고 보니 기분이 묘하다. 살면서 난생 처음 온몸을 진흙에 적시는 호사를 다 해본다. 걸쭉한 머드를 온몸에 바르고 그 감촉을 느끼다 보면 사람들이 여기를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된다. 순간 종업원이 다가온다. 나갈 시간이 되었다는 신호이다. 여기서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갑자기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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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온천에 사람들이 몇 시간씩 있는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워터파크도 아닌 바에야 온천에 몇 시간을 있다는 건 고역에 가깝다. 말 그대로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것 말고는 막상 할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트랑의 머드온천은 달랐다.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근 채 파란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피곤은 풀리고 시간이 훌쩍 간다. 느긋하게 수영을 하고 나면 몸이 행복해 죽겠다는 신호를 자꾸 보낸다. 몸이 좋아 죽겠다고 비명을 지를 때를 조심해야 한다. 이때쯤 온천 옆에 비치 의자에 누워 잠깐 잠을 청해도 좋다. 조금씩 분위기가 다른 느낌의 온천을 몇 군데 순례하다 보면 배가 출출해진다. 매점에서 온천물에 삶은 달걀이나 간식을 먹다 보면 어느새 집에 갈 시간이다. 온천이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진다. 언제나 그렇지만 즐거운 것은 더 즐기고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온천을 두고 떠나오기가 못내 아쉽다. 어떻게 만난 온천인데,





눈이 즐겁고 몸이 신나는 아이랜드 투어

나트랑에 가서야 알았다. 주변 섬을 여행하는 투어 상품이 있다는 것을, 여행자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나트랑에는 다행히 경험 풍부한 여행사가 많다. 우리는 시내를 다니다가 운 좋게 여행사 한 곳을 알게 되었다. 친절함은 기본이고 거기다 착한 가격까지. 게다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해준다. 베트남 사람이 카카오톡을 사용하다니. 한국인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를 실감했던 장면이다. 숙소부터 오전부터 오후까지 섬 3군데의 투어와 다시 숙소 복귀까지 해서 1인당 45만동(22,500원) 남짓,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가격이다. 거기다 점심에 스노쿨링까지 제공되니 이건 뭐 거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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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상품의 최대 강점은 스노쿨링과 스쿠버다이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도착한 문섬(Mun island)에서는 해양체험이 가능하다. 스노쿨링은 여행상품에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고, 원한다면 50만 동을 추가하면 스쿠버다이빙을 체험할 수 있다. 다이빙 슈트를 입고 물속에 들어가면 1:1로 안전하게 지도를 해준다. 난생 처음이지만 어렵지 않게 물과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을 맛볼 수 있다. 힘이 부치거나 숨쉬기 힘들 정도로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동행한 다이버가 바로 대응을 해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략 10m 물속 깊이까지 들어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스노쿨링과 다른 느낌의 바닷속 이야기를 경험하고 싶은 이라면 과감하게 도전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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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랑 바다를 즐기는 이유

다음으로 이동한 못섬(Mot island)에서 먹는 점심도 나쁘지 않았다. 허접한 음식이 아니라 싱싱한 생선까지 제대로 갖추어진 정식이었다. 잠시 쉬면서 근처 바닷가를 둘러보았다. 세상에나 이렇게 맑고 투명한 물이 있다니, 마치 우물물이나 계곡을 흐르는 물처럼 보인다. 사람의 감성을 울리는 노래는 타고나는 게 아니듯이 나트랑의 바다도 그런 매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그런 힘을 나트랑의 바다는 가지고 있다. 바다를 보는 순간, 눈물이 글썽이게 한다거나 물속에 빠져드는 느낌을 주는 걸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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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섬 혼미우(Hon mieu)에서는 액티비티를 할 수 있다. 바나나보트나 제트스키, 보트로 끄는 패러세일링을 하거나 비치 의자에서 쉴 수도 있다. 그중 인기가 높은 게 패러세일링이다. 배는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나트랑의 명소인 빈폴랜드를 지나쳐 항구로 향한다. 그래도 아쉬운 사람들을 위해서 운전자는 뜻밖에 제트스키처럼 보트의 속도를 높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쏜살같이 나아가는 보트 안에는 잠시 방심하면 바다로 튕겨져 나갈 듯한 긴장감이 엄습한다. 파도를 가르느라 엄청난 물보라에 흠씬 젖으면서도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섬 3곳을 거쳐 오전 8시 반에 시작한 투어는 오후 4시가 넘어서 끝났다. 이 가격에 다른 데서 이런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지, 아마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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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랑이 사랑스러운 이유

유명 관광지이다 보니 나트랑에는 볼거리도 많고 소문난 맛집도 많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포나가르 사원이 그렇고, 나트랑 대성당과 담시장, 가족 놀이공간으로 사랑받는 빈펄랜드, 시내 명소인 롱선사와 콩카페 등등 갈 곳이 넘쳐난다. 북부의 혼총이 한가하고 느긋함을 즐길 수 있다면 시내 중심지에서는 좀 더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가 펼쳐진다. 나트랑에서도 같은 듯 전혀 다른 모습의 두 얼굴의 나트랑을 맛보는 것도 즐겁다.

사람이 한산한 혼총과 달리 나트랑의 시내권은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북적댄다. 가장 많이 들리는 언어는 중국어와 러시아어, 그리고 한국어이다. 그들은 마치 나트랑이 자신들의 동네인 양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나 역시 그들 틈에 묻혀서 어슬렁거리며 밤늦게까지 싸돌아 다녔다. 언제나 그렇지만 사람으로 북적이는 동네는 그 흐름만 따라다녀도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여행지를 기억나게 하는 일 중에 하나는 맛집을 탐방하는 일이다. 남들이 다 가는 고만고만한 명소는 느낌이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맛집은 유독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마 온몸으로 체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빼놓으면 말이 안 된다. 나트랑에도 유명한 쌀국숫집이 몇 군데 있기는 하다. 나트랑에는 포홍 쌀국숫집과 뚝배기 쌀국수(행복 쌀국수) 외에도 리스그릴, 마담 프엉, 해변의 해산물 식당 등 맛집이 넘쳐난다. 이들 중 내 기억에 오래 남는 맛집은 따로 있다. 바로 ‘짜오마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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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베트남 식당 ‘짜오마오’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한 식당을 ‘차오마오’라고 불렀다가 딸아이에게 혼났다. 바로 ‘짜오마오’라고 발음을 못 했다는 이유였다. 우리가 가기로 한 ‘짜오마오’는 베트남의 대중음식점이다. 가보니 대중음식점이라기보다는 고급 음식점이라는 편이 더 어울린다. 다행히 숙소에서는 멀지 않은 거리였다. 샛노란색의 짜오마오의 첫인상은 푸근했다. 환한 노란색을 보자 마음까지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평소에는 대기 손님이 많은 듯 입구에는 친절하게 의자까지 놓아두었다. 특히, 입구에 사진을 찍다가 소매치기를 당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인상적이었다. 오죽하면 식당에서 그런 경고를 붙였을까. 아마도 이미 그런 일이 한두 번 이상 발생해서 낭패를 본 손님이 있다는 말일 게다. 베트남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오토바이를 이용한 소매치기는 유명하다. 베트남의 인력거인 릭샤를 탄 관광객이 핸드폰으로 주변 풍경을 찍으면 소매치기가 와서 가져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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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식당 입구에서부터 난관이다. 종업원 이야기가 바로 입장은 안 되고 15분 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기다리는 동안 다시 또 다른 손님이 들어온다. 그만큼 음식이 맛이 있거나 유명한 식당이라는 의미이다. 하기야 짜오마오는 지금 나트랑에서 가장 뜨고 있는 음식점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기다리다 보니 베트남 식당이지만 정작 들어오는 손님은 대부분 한국 사람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비록 베트남의 전통 음식을 팔지만 베트남인이 찾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국 사람의 입맛을 제대로 저격한 데다 적당한 가격까지 맞물리다 보니 한국인이 즐겨 찾는 식당으로 뜨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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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동안 건물 바깥에서 식당을 보니 분위기가 제법 그럴싸하다. 베트남 중부의 호이안 길거리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화사한 등이 고혹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주인공이다. 아마도 주인은 호이안에서 인테리어의 모티브를 따왔을 것이다. 식당 내부에 창 쪽으로 등을 배치한 모양인지 한눈에 확 뜨인다. 아마 유리창에 비치는 수까지 고려해서 등을 배치했는지 등 숫자가 실제보다 더 많아 보인다. 3층짜리 건물 전체가 등으로 꽉 차 있는 느낌이다. 외관부터가 이러니 손님 입장에서는 사진을 안 찍고는 못 배기는 상황인데, 소매치기들이 그걸 노리는 모양이다. 어쩐지 식당 입구에서부터 눈이 호사하더니 화려한 등을 보니 마음은 어느새 호이안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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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즐거운 짜오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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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들어가 보니 인테리어가 더 근사하다. 계단을 오르면서도 상당히 분위기가 있다 싶었는데 2층에 올라가보니 더 하다. 한쪽 벽에는 그저 철지난 신문을 걸어두었을 뿐인데 그 자체가 이국적이면서 색다른 느낌을 준다. 그러고 보니 다른 인테리어도 베트남의 토속적인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편안함과 이국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이런 안목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상당히 절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안목 있는 이의 솜씨임이 분명하다. 세상에는 꼭 그런 이들이 있다. 그들은 다른 이들은 보지 못하는 특별한 안목으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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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놀란 것은 식당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식당 종업원들의 서빙 태도였다. 종업원이 적당한 품격과 여유를 갖고 손님을 대하는 태도는 저절로 기분이 좋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덕분에 음식을 먹기도 전에 이미 기분이 좋아져버렸다. 약간 시장했던 터라 반쎄오와 갈릭 새우, 미꽝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예전에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맛보았던 반쎄오와는 차원이 달랐다. 다낭의 그 음식점도 유명하다고는 했으나 짜오마오의 반쎄오가 더 바삭바삭하면서 내용물이 풍부했다. 베트남인들이 좋아하는 반쎄오는 양이 너무 많아서 1인분을 시켰는데도 가족 모두가 맛보기에 충분했다. 2인분을 시켰더라면 다른 요리는 먹지도 못할 뻔했다. 이어 나온 다른 요리도 맛이 깔끔했다. 마지막 주문은 8시 30분이니 늦지 않도록 시간 안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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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끝났다. 나트랑에 제법 많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떠나올 때까지 시간은 부족했다. 다시 오라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나트랑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여전하다. 혼총의 바다 위로 부서지던 햇살은 눈부신 바다와 어우러져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었다. 나는 해변에서 들었던 파도의 노래가 나트랑에서 들었던 가장 빛나는 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매혹적인 목소리를 가진 나트랑과의 만남은 매우 유쾌한 경험이었다. 다시 나트랑을 만나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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