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 보험의 사악함
일년치 보험료를 하루에 뜯기다니...
전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국민 건강 보험이 세계 최고라면서 미국인, 캐나다인,영국인들에게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건 과장된 말이 아닙니다.
미국에는 아예 나라에서 관리해주는 보험이 없습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생기냐구요? 병원에 입원후 집을 날린 사람도 있고 심지어 노숙자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개인 파산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의료비 때문입니다.
캐나다와 영국은 그 반대입니다. 의료비가 무료입니다. 세금으로 나라가 의료비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암 치료도 무료다! 상상이 되시나요? 그런데 그 결과는?
돈이 안 들다 보니 환자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급한 치료가 아닐 경우 몇 주,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를 부러워합니다. 한 미국인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I'm really jealous of your health care system!" (난 너희 의료 제도가 너무 부럽다.)
제가 뭐라고 말했냐구요?"I think Korea has one of the best health care systems in the world!" (한국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제도가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지금은 조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정부에 보험료를 뜯기지 않는 미국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 끔찍한 일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전 프리랜서라서 계속 지역 가입자로 보험료를 냈는데 직장 가입자에 비해 훨씬 많이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보다 훨씬 돈이 더 많은 직장 가입자에 비해서도 말입니다.
그리고 기가 막힌 건 일년치 보험료를 하루만에 뜯기기도 했습니다. 저를 고용했던 한 업체에서 세금 신고를 늦게 했다면서 일정 기일 안에 수십만원을 내라고 했습니다. 그 돈은 글로벌 앱을 만들려고 모아두었는데 제 꿈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고소득 지역 가입자가 아닌 저소득 지역 가입자에게까지 무리한 보험료를 내라고 하는건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가 막힌건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얼마전에 팔이 아파서 MRI를 찍었는데 건강 보험으로 전혀 커버가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 울면서 병원을 나왔습니다.
그게 끝인줄 아십니까? 이제 머리가 빠지지 않는 좋은 항암제는 국민 건강 보험으로 보장이 안 됩니다. 그래서 30만원 하던 약이 600만원 한다는 뉴스 보도도 보았습니다. 신포괄 수가제로 검색하면 나옵니다.
전 솔직히 이젠 국민 건강 보험이 싫습니다. 제가 팔고 있는 종합 보험은 병원에 안 가고 납기 기간이 지나면 보험료를 50% 돌려 주는데 국민 건강 보험은 그런 것도 없습니다. 병원에 안 가면 다 없어지는 돈입니다.
3개월째 소득이 없는 저는 솔직히 국민 건강 보험을 해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냥 불우 이웃 돕기 성금을 낸다고 생각하고 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물론 병원에 많이 다니신 분은 국민 건강 보험의 소중함을 알 것입니다. 저도 이 제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소득 지역 가입자들에게 너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국민 연금처럼 국민 건강 보험도 이젠 개혁이 필요합니다.
제가 고소득 지역 가입자가 되면 보험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빈부 격차가 OECD 최상위권인 우리나라에선 고소득자들에게 건강 보험료를 더 걷어서 보장을 더 해주어야 합니다. 아직 그렇게 못하고 있기 때문에 민영 보험이 필요한 것입니다.
국민 건강 보험은 영어로 뭘까요? public health insurance 입니다.
그렇다면 민영 건강 보험은? private health insurance 에요.
그래도 미국보다는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가 훨씬 더 낫습니다. 캐나다나 영국도 부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민 건강 보험의 혜택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고소득자들은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시는 분은 제안하기를 통해서 제게 말씀해주세요. 어떤 의견이라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