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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omo Nov 19. 2021

맛있는 김밥을 맙시다

진보정치의 본령을 찾아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인기없는 식당은 꼭 이유가 있다. 대표적으로 쓸데없이 메뉴를 많이 늘린다는 점이다. 냉면집에서 냉면은 안팔고 삼겹살을 판다던가 피자집에서 라면을 판다는 얘기다. 이럴 때마다 백종원씨는 사장님께 식당의 기본기를 다시 가르치며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심상정 후보의 양당체제 종식선언 제안도 이와 비슷하다. 장인정신으로 김밥을 말아도 모자랄 판에 홍콩반점 사장님과 동업을 제안한다. 어차피 짜장면 먹을 손님들은 김밥천국에 올 일이 없다. 김밥이 먹고 싶은 손님들에게 얼마나 맛깔난 김밥을 쌀까 고민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그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전형적인 골목식당 배드케이스 중 하나다. 


그럼 왜 우리의 김밥은 잘 안팔릴까? 어느 순간 야채김밥, 참치김밥같은 스테디셀러보다는 민트초코김밥같은 괴식개발에 골몰하는 느낌이다. 90% 보편적 시민들이 원하는 노동, 경제의제와는 동떨어진 메시지가 과대대표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 재난기본수당 관련 반대의견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포커스가 진보정치의 견인보다 양당제 타파에 쏠려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이야기가 코로나팬데믹으로 지쳐있는 국민들의 고통에 너무 둔감한 것은 아닌가 돌아봐야할 것이다.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당으로서 마땅히 중요하지만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최전선에서 싸운 국민들에 대한 '위로'를 선거공학적인 측면에서만 고려했다는 점은 진보정당 입장에서 뼈아팠다. 작년부터 꾸준하게 이야기해왔던 재난지원금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김밥천국은 김밥을 잘 말아야한다. 홍콩반점이랑 동업해서 바르다김선생보다 장사가 잘 될 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경쟁업체에 몰린 손님들을 김밥천국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방법은 민트초코김밥같은 괴식을 만들어서 파는 것도 아니고 짜장면 + 김밥 콜라보같은 것도 아니다. 원래 말던 야채김밥, 참치김밥부터 장인정신으로 잘 말고 오는 손님 안막고 친절하고 따뜻하게 다가가기만 해주면 된다. 


차별금지법, 소득주도성장과는 1도 상관없는 세력과 함께 하는 합종은 연횡으로 이어질 뿐이다. 무상급식제와 같이 주4일제(정규직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초과이익환수제, 손실보상 소급제를 강하게 견인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부디, 친절한 미소로 오는 손님을 맞이합시다. 


세상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있는 김밥을 말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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