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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omo Nov 19. 2021

천하삼분지계의 묘수란

진보정치의 삼분지계는 무엇일까?

"만약 형주, 익주를 타넘어 차지해 그 험함에 기대고, 서쪽으로 여러 융족들과 화친하고 남쪽으로 이월(夷越)을 어루만지며, 화목하고 밖으로는 손권과 우호관계를 맺으며 안으로는 정치를 닦으면서, 천하에 변고가 있을 때 한명의 상장(上將)에게 명해 형주의 군사를 이끌고 완(宛), 낙양으로 향하게 하고 장군께서는 몸소 익주의 군사를 거느리고 진천으로 출병하신다면, 대나무 그릇에 담은 밥과 호리병의 국으로 장군을 영접하지 않을 백성이 감히 누가 있겠습니까? 실로 이처럼 한다면 가히 패업(霸業)이 이루어지고 한실(漢室)이 흥할 것입니다."


<정사삼국지> 제갈량전에 나오는 천하삼분지계의 내용이다. 형주의 유표에게 빌붙어 조그만한 신야성에 웅거하는 성주에 불과했던 유비에게 천하를 삼분하는 계책을 이야기하다니! 정말 제갈량은 엄청난 승부사가 아니었을까? 1800년 전 천하제일의 책략가에게서 우리는 반드시 알아둘 교훈이 있다. 


1. 천하삼분지계는 선언이 아니라 계책이다. 


계책은 어떠한 큰일을 도모하기 위해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제갈량이 천하삼분지계를 이야기한 곳도 형주 벽촌인 융중의 초가에서 유비와 단둘이 티타임을 가지며 이루어진 것이다. 계책은 정교해야 하고 그 방법이 다듬어져야 한다. 단순히 천하를 삼분하겠다는 포부나 선언과는 궤를 달리 한다.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2. 전선을 확대하지 말라


여러 이민족들과 화친하고 손권과 우호관계를 맺어야 한다. 형주와 익주를 온전히 아우르고자 한다면 외부의 공세를 차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기 위해 우선 외부와 친교해야 한다. 이미 당대 최대의 세력을 가진 평생의 적수 조조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전선을 확장하는 것은 가뜩이나 미미한 세력이었던 유비에겐 불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방같은 행동일터. 


3. 스스로의 힘을 키우고 내부를 정비하라. 


제갈량은 연의를 통해 당대 최고의 전술가로 알려져 있지만 정사삼국지에서 조명하는 제갈량은 뛰어난 정치가이자 행정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익주를 장악한 후 뛰어난 농업장려정책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백성들의 곳간은 넉넉했고 가가호호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다. 


4. 부디 성급하게 감정에 휩쓸리지 말라. 


제갈량이 제안한 천하삼분지계는 마지막에 큰 격량에 휩쓸리고 만다. 실제 유비의 세력은 단 한번도 형주전체를 차지해본 적이 없었다. 형주 남부4군, 강릉, 양양 전체 1/3 정도를 제외하고는 조조와 손권세력이 나눠 가졌다. 힘을 채 다 키우기도 전에 발생한 관우의 원통한 죽음과 형주의 상실. 이성을 잃은 유비는 군사를 크게 일으켜 아우의 복수를 다짐했으나 이릉에서 참혹한 패배를 당하고 백제성에서 쓸쓸한 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렇게 제갈량의 원대한 꿈은 좌절되고 말았다. 


심상정 후보의 삼분지계 선언에 설레기도 하면서 무엇인가 허전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어떻게 삼분지계를 만들어내겠다는 방법론 없이 국민들의 감동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천하의 제갈량도 수십년을 준비했지만 끝내 실패했던 천하삼분지계의 묘. 1800여년 전 중국의 책략가에게서 우리는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1) 방법을 마련하고 시민들에게 지지의 설득을 구하자. 삼분지계는 구호가 되어서는 안된다. 


2) 연대와 협치를 고민하자. 시민들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권력을 설득하고 바꾸어나가는 일이다.


3) 20000명 이상 탈당했던 당 내부를 수습하고 내부의 힘을 다시 키울 방법을 모색하자. 실패했던 정의당 혁신위를 인정하고 새로운 혁신안을 내어놓자. 그리고 당원들의 복당을 요청하자. 


4)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잃었다는 배신감, 관우를 잃은 슬픔에 비견될 아픔이지만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돌아보자. 우리의 후보는 과연 우리시민들을 대표할 능력과 자격이 되었는가? 우리 내부의 치열한 점검과 자강을 게을리 하지 말자. 


진심으로 심상정 후보의 건승을 응원하고 있다. 정의당이 국민들에게 소구력있는 소중한 정당이었으면 좋겠다. 일개 평범한 당원의 한사람이지만 이번 대선이 그 어느때보다 절박한 마지막 기회임을 알기에 진심을 다하여 응원하고 싶다. 


더 이상 후퇴할 수도 없이 밀려나버린 우리 정의당에겐 어떤 묘수가 있는가? 1800년 전 제갈량이 이루지 못했던 원대한 꿈. 우리는 이룰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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